[KIA V11] '팬과 함께' KIA, 잠실도 홈으로 만든 붉은 물결의 힘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30 22: 40

붉은 물결이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대투수'의 '홈 7연전' 발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전국구' KIA 팬들의 위용을 실감케 만든 한국시리즈였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을 7-6으로 승리했다. 3회 5점, 6회 2점을 내고도 7회 6실점으로 쫓겼던 KIA다. 그러나 이날 승리로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에게 잊지 못할 밤을 선사했다.
KIA는 올 시즌 홈구장 열 차례 매진을 이끌며 1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했다. 시즌 초부터 호성적이 이어졌고 4월29일 NC전 첫 매진을 시작으로 9월9일 삼성전까지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원정 팬들의 발걸음이 뜸한 광주를 홈으로 쓰기에 오직 홈팬들의 열기로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비단 홈구장만이 아니었다. KIA가 원정을 떠나면 팬들은 누구를 만나든 경기장을 채웠다. 일부 팀 관계자가 "우리는 KIA와 경기가 주중에 많다"라며 볼멘소리할 정도였다.
선수단은 늘 입을 모아 팬들에게 감사를 보냈다. 김기태 KIA 감독은 10월 3일 정규시즌 최종전서 우승을 확정한 직후 붉어진 눈시울로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전국 어디든 홈구장처럼 느끼게 만들어주신 팬들이 없었다면 정규시즌 우승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응원전의 압도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예상됐다. 한국시리즈 1차전을 하루 앞둔 24일 전남대학교 용지관. KBO는 정규시즌 1위 KIA와 플레이오프 승리팀 두산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질문이 쏟아진 가운데 양현종에게 "지난해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 당시 '잠실은 전광판 빼고 다 KIA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인가'라는 도발적인 이야기가 나왔다. 양현종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는 홈 7연전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미디어데이장을 가득 메운 KIA 팬들은 열광적인 환호로 화답했다.
유희관은 "3~5차전은 분명히 우리가 1루 더그아웃을 쓴다. 홈 7연전은 아니다. 두산 팬들도 응원에서 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반박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양현종의 홈 7연전 발언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홈에서 열린 1~2차전. KIA는 1차전 3-5 분패에도 2차전 1-0 승리로 균형을 맞췄다. 21일간의 휴식으로 타격감이 한껏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3루측 관중석은 물론 1루 쪽까지 가득 메운 KIA 팬들의 응원은 독보다 득이었다. KIA는 정규시즌 열 차례 매진 경기에서 3승7패로 좋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달랐다.
무대를 잠실로 옮긴 3차전부터도 KIA의 응원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우세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했다. 두산 팬들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자 1루측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눈에 봐도 수적으로는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응원 열기에서 차이가 있었다. 경기 내용 자체가 KIA의 우세로 흘렀지만, 단순히 이때문은 아니었다. KIA 팬들은 시종일관 함성소리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양현종을 비롯한 KIA 선수들이 "홈구장에서 경기하는 것 같다"라고 입을 모은 이유였다.
경기는 선수가 한다. 감독이나 벤치는 물론 팬들까지도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팬들은 분위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팀 선수들이 "관중이 없으면 흥이 안 난다"라고 푸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A 원정 유니폼을 입고 5차전 경기장에 찾은 주찬휘(26) 씨는 "어안이 벙벙하다. 예매 당시만 해도 오늘 우승을 확정지을 거로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행복하다"라며 감격했다. 유니폼을 구하지 못해 붉은 색 셔츠를 착용했다는 박재찬(25) 씨는 "이제 올 시즌에는 광주 갈 일 없다. 8년만의 우승을 직관하게 되어 영광이다"라고 밝게 웃었다.
노란색 '단무지' 응원봉과 붉은 유니폼으로 가득찬 3루 측 관중석. 그들이 보내는 하나된 함성. 8년만의 KIA 우승에 팬들의 공헌이 지대한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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