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준우승' 김태형 감독, 처음으로 들이킨 쓴 잔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0.30 22: 42

감독 취임 후 정상 자리에만 있던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이 처음으로 한 발 내려왔다.
두산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맞대결에서 6–7로 패배했다. 1차전을 잡았지만, 2차전부터 5차전까지 내리 내준 두산은 결국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챔피언 타이틀을 내주게 됐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새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초보 감독’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직전 해 6위에 머물렀던 팀을 새롭게 정비해 정규시즌를 3위로 마쳤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의 복이 없었다. ‘베테랑 외인’ 더스틴 니퍼트가 잔부상에 시달려 90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시즌을 함께 맞았던 유네스키 마야는 2승 5패 평균자책점 8.17을 기록한 뒤 중도 퇴출당했다. 여기에 새롭게 온 앤서니 스와잭도 5승 7패 평균자책점 5.26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타자 역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새롭게 합류한 잭 루츠는 8경기 나와 타율 1할1푼1리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시즌 퇴출 1호라는 불명예를 당했고, 대체 외인 데이빈슨 로메로 역시 76경기 나와 타율 2할5푼3리 12홈런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악재가 겹쳤지만, 국내 선수가 하나로 뭉쳤고, 공백을 최소화했다. 감독으로 처음 맞는 가을야구. 김태형 감독은 ‘기적’을 만들어갔다. 니퍼트가 완벽하게 몸 상태를 회복한 뒤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3승 0.56으로 완벽투를 펼쳤고, 이현승은 이닝에 상관없이 위기 상황에 나와 9경기 1승 1패 4세이브 13이닝 1실점으로 상대의 흐름을 끊어냈다. 아울러 김태형 감독과 함께 두산에 들어온 장원준은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2.36으로 모범 FA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과감한 승부수에 운까지 겹치면서 두산은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김태형 감독도 부임 첫 해 ‘우승 감독’이라는 감투를 쓰게 됐다.
감독 2년 차. 김태형 감독은 더욱 강력해진 두산을 만들었다. 투·타 모두 리그 최고를 달렸다. 우선 탄탄한 선발이 자리했다. 니퍼트와 재계약을 했고, 새롭게 마이클 보우덴을 영입했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40승을 합작했고, 유희관과 장원준은 각각 15승을 거두면서 두산은 KBO리그 최초로 선발 4명 15승 투수 배출에 성공했다. 팬들은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두산의 선발진에게 ‘판타스틱4’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타선에서는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 김현수가 FA 자격 취득 후 메이저리그로 진출했고, 중견수 정수빈이 경찰청에 입대했다. 그러나 둘의 공백은 완벽하게 채웠자. ‘만년 유망주’였던 김재환이 타격에 눈을 뜨며 37개의 홈런을 날렸고, 박건우 역시 안정된 기회 속에 타율 3할3푼5리 20홈런을 기록하며 주전 도약에 성공했다. 정규시즌 내내 압도적으로 승리를 쌓아간 두산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가 보유했던 한 시즌 팀 최다승 90승을 넘어서 93승 1무 50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은 ‘판타스틱4’ 선발을 앞세워 NC를 4승 무패로 완벽하게 제압했고,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해의 압도적인 성적에 전문가와 팬들은 올 시즌 역시 두산의 압도적인 우승을 점쳤다. 특별히 전력 유출이 없는데다가, 주축 선수들 모두 젊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기 두산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주축 선수를 8명이나 보냈고, 이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루틴이 깨지면서 시즌 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기를 5위(42승1무39패)로 마치며 두산은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보다는 가을야구 진출에 목표를 뒀다. 그러나 후반기 두산은 7할 승률(42승2무18패)로 승리를 쌓아갔고, 13경기까지 벌어진 KIA의 승차를 줄여가며 최종전까지 순위 다툼을 벌였다. 최종전에서 패배하며 1위를 KIA에게 넘겨줬지만, 두산은 자신이 가진 저력을 한껏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NC를 3승 1패로 꺾으며 기세를 올린 두산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희망을 그렸다. 상승가도만 달리던 김태형 감독의 기세도 그대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2차전 양현종에게 완봉승을 당한 뒤 타격감이 급격하게 식었고, 결국 두산은 2,3,4차전에 이어 5차전까지 내주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항상 정상에만 섰던 김태형 감독이 받은 첫 쓴 잔이었다. / bellstop@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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