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매끄러운' WS 공인구, 슬라이더 투수에 독약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0.30 06: 52

LA 다저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코치, 투수들이 월드시리즈 공인구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매끄러운' 공인구로 인해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들이 애를 먹고 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30일(이하 한국시간) "월드시리즈에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은 매끄러운 공인구 탓이다"고 주장했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선 4차전까지 15개의 홈런이 나와 역대급 기록이다. 
SI는 다저스와 휴스턴 선수단의 인터뷰를 통해 "월드시리즈 공인구가 정규시즌 때와 달리 매끄럽다"며 "슬라이더 제구에 애를 먹는다"고 전했다. 

다르빗슈 유(다저스)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데 힘들었다. 공이 너무 미끄러웠다"고 말했다. 다르빗슈는 3차전 선발로 등판해 1.2이닝 동안 4실점으로 부진했다. 슬라이더를 14개 던졌는데, 단 하나도 헛스윙을 유도하지 못했다. 올 시즌 34경기 중에서 처음이다. 
다르빗슈는 다저스 이적 후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고작 .109였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슬라이더다. 하지만 정규시즌 9.12인치로 떨어졌던 슬라이더 각은 3차전에선 8.42인치로 무뎠다.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코치는 "다르빗슈가 나에게 공이 미끄러워 슬라이더를 던지기 힘들다고 했다. 이전처럼 슬라이더를 구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저스틴 벌랜더(휴스턴)는 2차전 선발로 나와 17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단 1개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올해 그의 36경기에서 슬라이더 헛스윙 최소 기록이다. 
4차전 다저스 마무리 켄리 젠슨은 9회 알렉스 브레그먼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구질이 슬라이더였다. 올 시즌 잰슨은 96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첫 피홈런이었다. 
브렌트 스트롬 휴스턴 투수코치는 "명백하다.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다. 누군가 나에게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스턴의 찰리 모튼은 "불펜에서 랜스 맥컬러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봤다. 그는 눈을 감고 월드시리즈 공인구를 구별해냈다. 차이를 알았다"고 말했다.
벌랜더는 "월드시리즈 공인구가 미끄럽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공에 사인을 하는데 펜으로 사인을 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며 "슬라이더 던질 때 확실하게 차이점을 느꼈다. 느낌이 달랐다. 작 피더슨에게 맞은 홈런이 슬라이더였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휴스턴의 마무리 켄 자일스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규 시즌 자일스는 47% 슬라이더를 던졌다. 피안타율은 .133이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슬라이더 구사율이 줄어들었다. 4차전 9회 등판한 자일스는 투구 수 8개 중 슬라이더는 단 2개만 던졌다. 모두 볼이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3실점하고 강판됐다. 
자일스는 정규시즌에서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에 던진 것이 51%였다. 포스트시즌에선 26%에 그치고 있다. 월드시리즈에선 12개를 던져 단 3개만 스트라이크. 25%다. 결국 슬라이더를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자일스 상대로 다저스 타자들은 직구만 노리고 들어섰고, 자일스를 공략하고 있다. 직구 피안타율이 8할이다. 
4차전 6회까지 1-0 스코어를 찍은 찰리 모튼과 알렉스 우드는 슬라이더를 좀처럼 던지지 않는 투수다. 이날 구원투수들은 12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헛스윙이 하나도 없었다. 모튼은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지만, 미끄러운 공인구 때문에 구종 선택에 고민했다"며 "우타자 상대로 투심 패스트볼에 영향을 받았다. 공이 미끄러우면 공격적으로 던지기 어렵다. 위험하다. 타자를 맞혀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피터 우드포크 메이저리그 경기 운영 부문 수석 부사장은 "정규시즌 공인구와 차이점은 공에 새겨진 금색 잉크 뿐이다"며 "정규시즌과 같은 재료, 같은 기준으로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코스타리카에서 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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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휴스턴의 브렌트 스트롬 투수코치가 2017 정규시즌 공인구(왼쪽)와 월드시리즈 공인구를 함께 들고 있는 모습. / SI 홈페이지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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