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 슈퍼맨' 이동국, "후배들 노력 인정 못받아 안타깝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7.10.30 05: 13

"후배들의 노력이 인정 받지 못해 안타깝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는 29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7 36라운드 스플릿 그룹 A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서 이동국의 쐐기포에 힘입어 3-0의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북은 남은 경기 결과 상관없이 K리그 클래식 우승을 확정지었다. 또 전북 백전노장 이동국은 후반 33분 쐐기포를 터트리며 팀의 완승과 함께 K리그 통산 200호골을 기록했다.
가장 기뻐한 사람은 전북 사령탑이자 이동국을 다시 태어나게 한 최강희 감독. 최 감독은 "ACL 출전이 무산되면서 이동국의 출장시간이 줄어서 힘들었을 텐데 얼굴 한번 붉히지 않고 헌신해줬다. 우승과 이동국의 200호골까지 모두 이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인미답의 통산 200호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침착했다. 그러나 여유는 충분했다. 올 시즌 200호골 기록과 함께 70-70도 달성했다.
유니폼을 벗어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선보이는 세리머니를 펼친 그는 "내가 2009년 전북을 선택했고, 팬들이 지지를 해줬다. 그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팬들에게 내 이름을 다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잘할 때나 못 할 때나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 힘이 났고, 감사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동국은 "내가 오래 뛰면 한국 축구의 미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은퇴를 해야 하나 곰곰히 생각했다. 내년은 아직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올해 은퇴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 시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시즌이 끝난 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채널A를 통해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한국 축구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며 이름이 언급된 이동국의 발언이다. 물론 슈틸리케 전 감독의 발언은 이동국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한국 축구의 미래가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동국은 K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고 슈틸리케 전 감독이 대표팀을 떠난 후 투혼을 일깨웠다. 단 한번도 기용하지 않았던 감독의 입에서 이름이 나온다는 것은 함께 비난하는 것과 마찬가지.
공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이동국은 슈틸리케 감독 발언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크게 신경쓰지 않았지만 후배들의 노력이 모두 잊혀졌다는 아쉬움이 굉장히 커 보였다.
이동국은 "물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나에 대한 비난이라기 보다는 한국 축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굳이 그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후배들의 경기력이 올라오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반면 후배들의 노력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지 않은 것은 분명 아쉬운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해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던 이동국은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면서 잦은 부상을 당해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K리그 출신으로 분데스리가와 EPL에 진출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대표팀이 부르면 싫은 내색 없이 노력했던 그는 여전히 자신이 뛰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말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나이든 선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
은퇴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고 있는 이동국이지만 여전히 제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경기서도 이동국은 전북의 2번째 골의 시발점이었다. 이승기가 문전으로 돌파하자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다. 제주 수비를 뚫어내는 패스였다. 단순히 골만 잘 넣는 선수가 아니라 연계 플레이 능력도 갖췄다고 증명했다.
또 200호골을 넣는 상황에서는 30대 후반 선수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로페즈가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를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넣었고 대기록을 작성했다. 이동국에 대한 언급을 한 슈틸리케 감독을 꾸짖는 것처럼 보였다.
은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동국은 "내년이라는 시간은 아직 나에게 정말 먼 시간이다. 따라서 올 시즌 남은 2경기서 최선을 다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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