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가을야구를 지배했던 곰들의 고급야구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픈 야구로 벼랑행을 자처했다. 이제 두산은 한 판이라도 패하면 안 된다.
두산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타격 부진에 실책까지 나오는 등 저조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1-5로 졌다. 1차전에서 이기며 기분 좋게 시리즈를 시작한 두산은 2~4차전을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이대로라면 30일 열릴 5차전에서 시리즈가 조기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1회부터 2점을 내주고 불리하게 출발했다. 1사 후 김주찬에게 2루타를 맞았고 버나디나에게 우익수 옆 3루타를 허용했다. 전체적으로 집중력을 잃은 모습도 나왔다. 최형우의 1루 땅볼 때는 투수 유희관의 베이스커버가 늦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안치홍의 타구도 3루수 최주환의 실책이 나오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타선도 몇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끌려갔다. 6회까지의 점수는 0-2. 그러나 아직 공격 기회가 세 번이나 남아있었다는 점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경기추적시스템에 의하면 6회가 끝난 시점 두산의 승리확률은 20.7%. 낮아 보이지만 1점만 만회하면 확률은 50%에 까갑게 올라올 수 있는 등 승부가 대등하게 흘러갈 수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7회 치명적인 실책이 두산의 발목을 잡았다. 이범호의 중전안타, 김민식의 희생번트, 김선빈의 볼넷, 이명기의 좌익수 뜬공으로 이어진 2사 1,2루 상황이었다. 여기서 함덕주가 김주찬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김재호가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고 김재호의 몸에 맞은 타구는 외야로 굴렀다. 그 사이 대주자로 들어간 2루 주자 고장혁이 홈을 밟았다.
21.6%였던 두산의 승리확률은 이 실책 후 12.9%로 떨어졌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는 것. 이닝이 종료될 상황에서 경기가 이어졌고 버나디나의 좌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두산의 승리확률은 7.8%까지 떨어졌다.
반전도 없었다. 팀 배팅은 잘 이뤄지지 않았고, 플레이오프에서 그 좋았던 응집력도 나오지 않았다. 7회 반격에서 무사 1루 기회를 놓친 두산은 8회에도 선두타자가 출루하는 등 1사 1,2루 기회를 잡았으나 2사 후 에반스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하는 데 머물렀다. 오히려 9회 무사 1,2루를 내준 끝에 1실점하며 승리 확률은 0%에 가까워졌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