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성 발언으로만 여겨졌던 양현종(29·KIA)의 '홈 7연전' 이야기. 하지만 KIA가 한국시리즈 잠실서 거둔 신화에 비춰보면 마냥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닌 것 같다.
KIA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을 5-1로 승리했다. 1회 두산 선발 유희관이 흔들린 틈을 타 2점을 뽑아냈다. 이어 7회에도 두산 유격수 김재호의 실책을 놓치지 않고 2점 더 보탰다. 9회 김주찬의 땅볼로 쐐기점.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임기영의 역투가 빛났다. 임기영은 퀄리티스타트에 아웃카운트 하나가 부족한 5⅔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임기영의 뒤를 이은 불펜진 역시 3⅓이닝 1실점으로 뒷문을 지켰다.
이날 승리로 KIA는 한국시리즈 전적을 3승1패로 맞췄다. 5차전 선발로 헥터 노에시가 내정된 상황. 더스틴 니퍼트와 맞대결에서 쉽사리 밀릴 이유가 없다. 만일 5차전을 패하더라도 홈에서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KIA가 우승의 8부능선 이상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IA는 이날 경기 포함 11차례 한국시리즈에서 43승2무13패, 승률 7할6푼7리를 기록했다. 앞서 열 번의 한국시리즈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KIA다웠다. 범위를 잠실로 좁히면 승률은 더욱 올라간다. KIA는 잠실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1경기서 17승1무3패, 승률 8할5푼을 기록 중이다.
양현종은 지난해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 당시 "잠실야구장은 전광판 빼고 다 KIA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패기있는 발언을 남겼다. 올해 한국시리즈를 앞둔 미디어데이에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양현종은 "우리는 홈 7연전으로 생각한다"라고 짤막히 대답했다. KIA 팬들의 환호는 당연했다.
전국구 인기구단 KIA는 가는 곳마다 구름 관중을 이끌어내며 '흥행 보증수표' 노릇을 줄곧 다해왔다. 올해 한국시리즈도 마찬가지였다. 1승1패로 맞선 상황에서 무대를 잠실로 옮긴 양 팀. 3차전과 4차전 모두 매진 사례를 이뤘다. 올해 포스트시즌 잠실구장 첫 매진이 한국시리즈에서 나왔다. 앞서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플레이오프 1~2차전은 모두 아쉽게 매진에 실패했다.
단순히 매진 여부만이 아니었다. 3루 관중석과 좌익수 뒤 외야를 가득 메운 KIA 팬들은 안타와 볼넷 하나하나에 목청껏 환호를 보냈다. 선수들은 입을 모아 "홈 경기장에서 뛰는 것 같다. 팬들께 감사드린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4차전, 해태 이종범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KIA팬 서윤희(21) 씨는 "양현종의 홈 7연전 발언을 농담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의 잠실 KIA 팬들은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잠실 타이거즈'라는 별명다웠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안치홍 마킹의 붉은색 원정 유니폼 차림의 조민우(38) 씨는 "잠실에서 우승을 확정지었으면 좋겠다. KIA 파이팅이다"라며 'KIA 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KIA의 잠실 승률 8할1푼 기염은 결코 선수단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다. '대투수' 양현종의 홈 7연전 이야기는 점차 현실로 바뀌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