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쪼개기'는 푹 쉬고 나온 KIA 불펜진에 최적화 작전이었다.
KIA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을 5-1로 승리했다. 1회와 7회 각 2점씩 뽑아내며 효율성을 과시했다. KIA는 이날 승리로 1패 후 3연승을 내달렸다. 이제 남은 3경기서 1승만 거두면 우승이다.
마운드에서는 선발투수 임기영이 빛났다. 임기영은 5⅔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뒤이어 나온 불펜진도 경기를 지켜냈다. 심동섭과 김윤동, 고효준, 임창용이 차례로 나온 KIA 불펜은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KIA 벤치의 이닝 쪼개기가 빛났다.
이닝 쪼개기. 한 이닝에 불펜투수 여러 명을 투입하는 걸 이르는 단어다. '좌우놀이'의 상황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인다. 김기태 KIA 감독을 비판하는 이들은 그의 이닝 쪼개기를 질책했다. 실제로 결과가 썩 좋지는 않았다.
KIA는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5.71로 리그 8위에 머물렀다. 시즌 초부터 줄곧 선두를 달렸던 KIA의 아킬레스건으로 가장 먼저 나왔던 게 불펜이었다.
주전 마무리를 콕 찝어 말하기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김윤동(11세이브), 임창용(7세이브), 박진태(3세이브), 심동섭(2세이브), 한승혁, 임기준(이상 1세이브)이 모두 경기를 지켜낸 바 있다. 후반기 김세현(7세이브)의 트레이드로 그나마 중심을 잡았다.
반면, 한국시리즈 맞상대 두산은 불펜 평균자책점 4.31로 이 부문 1위였다. 후반기 놀라운 상승세의 김강률을 축으로 NC와 플레이오프에서 '두 번째 투수'로 쾌투한 함덕주까지. 불펜 싸움에서는 두산 쪽의 우위가 점쳐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10월 3일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21일간 푹 쉰 KIA 불펜진은 연이은 쾌투로 반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 KIA 불펜은 8⅓이닝 1실점 행진 중이다.
1차전은 필승조가 1이닝씩, 2차전서는 양현종의 완봉승 역투로 불펜진은 모습을 드러낼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이닝 쪼개기는 3차전부터 효과를 발휘했다. 선발투수 팻딘은 7회까지 2실점을 기록하고 4-2로 앞선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팻딘은 안타와 볼넷 허용으로 주자 두 명을 남겨둔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KIA 벤치의 첫 선택은 임창용. 임창용은 박건우를 중견수 뜬공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어 심동섭이 김재환에게 1타점을 내줬지만 오재일 상대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았다. 그 다음은 김세현. 김세현은 8회 2사에 등판해 4아웃 세이브를 만들어냈다.
임기영이 6회 도중 마운드를 내려간 4차전서 이는 더욱 빛을 발했다. 심동섭은 2-0으로 앞선 6회 2사 2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최주환에게 볼넷. 그러자 곧장 벤치가 움직였다. 이번에는 김윤동이었다. 김윤동은 양의지를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김윤동은 7회에도 등판해 볼넷 두 개를 내줬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8회, 다시 한 번 이닝이 쪼개졌다. 고효준은 김재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오재일을 뜬공 처리하고 임무 완수했다. 이어 임창용의 차례. 임창용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는 동안 허경민과 에반스에게 안타를 맞아 한 점 내줬다. 그러자 결국 류지혁 타석에서 '클로저' 김세현이 다시 나왔다.
김세현은 다소 불안한 제구에도 정진호를 뜬공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그렇게 경기를 지켰다. 휴식이 더해진 이닝 쪼개기는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