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믿음은 굳건했지만, 그에 부응하지는 못했다. 두산의 기둥들인 양의지와 김재호가 부진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29일 KIA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둔 두산의 최대 화두는 양의지와 김재호의 선발 출전 여부, 그리고 타순이었다. 두 선수는 팀 수비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 하지만 3차전까지 안타가 하나도 없었다. 양의지는 허리 부상 이후 좋았던 감이 뚝 끊겼다. 김재호는 왼 어깨 부상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타격 매커니즘이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양의지를 좀 더 편한 타순에 두고, 김재호 대신 류지혁이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김 감독은 “본인들의 몸 상태가 안 좋거나 힘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본인들이 해줘야 한다”고 말하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 시즌을 끌고 온 팀의 주축들에 대한 믿음이었다.
믿음 혹은 뚝심으로 대변할 수 있는 기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바람대로 나오지 않았다. 두 선수는 다시 침묵했다. 양의지는 7번으로 타순을 한 단계 내렸고, 김재호는 9번 유격수로 출전시켰으나 수렁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MVP에 빛나는 양의지는 이날도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 4경기 12타수에서 안타를 하나도 치지 못했다. 이날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부진이 더 도드라졌다. 2회 1사 1루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0-2로 뒤진 6회 2사 1,2루 추격 기회에서도 우익수 뜬공에 머물러 땅을 쳤다.
운까지 없었다. 4회에는 안타성 타구가 유격수 김선빈의 호수비에 걸리기도 했다. 0-4로 뒤진 8회 1사 1,2루 기회에서는 잘 맞은 타구가 김선빈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갔다. 양의지도 허탈한 듯 좀처럼 덕아웃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스트라이크보다는 볼에 방망이가 나갔다.
김재호는 잘 맞은 타구조차 만들지 못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3회에는 어정쩡한 스윙 끝에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5회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수비 때문에 라인업에 포함됐지만, 그나마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0-2로 뒤진 7회 2사 1,2루에서 김주찬의 평범한 땅볼을 뒤로 흘려 실점의 빌미를 줬다. 이닝이 끝나는 상황에서 오히려 1점을 벌고 기세를 탄 KIA는 버나디나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도망가 이날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김재호는 7회 무사 1루 타석에서 박세혁으로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김태형 감독도 김재호의 현재 타격 컨디션을 썩 좋게 보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두산은 끝내 1-5로 져 시리즈 전적 1승3패를 기록, 이제는 벼랑에 몰렸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 잠실=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