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박흥식 코치도 감탄한 '작두 탄 김기태 감독'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9 06: 00

"아니, 겸손이 아니고…. 감독님이 진짜 작두 위에 탄 것 같았다니까".
KIA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을 6-3으로 승리했다. 1패 후 2연승으로 시리즈 전적 2승1패. KIA는 우위를 점하며 남은 4경기서 2승만 더하면 8년 만에 우승을 확정짓는다.
경기는 1~2차전에서 그랬듯 투수전이었다. KIA 선발 팻딘은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9월 5경기서 34이닝 평균자책점 2.38의 위력이 이어졌다.

타선의 반등도 반가웠다. KIA는 2차전까지 팀 타율 1할9푼에 허덕였다. 두산(.175)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정규시즌에서 단일 시즌 팀 타율 1위(.302) 기록을 갈아치웠던 만큼 아쉬움이 뒤따랐다. 이날은 9안타 6득점으로 시리즈 팀 타율을 2할대까지 끌어올렸다.
이날 경기 앞서 가했던 라인업 변동이 효험을 발휘했다. KIA는 2차전까지 안방에 김민식과 한승택을 차례로 배치했을 뿐, 나머지 타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그러나 3차전에 앞서 나지완 대신 김호령을 투입했다. 김호령이 중견수를 맡으며 로저 버나디나가 우익수, 이명기가 좌익수로 이동했다. 지명타자로 나지완 대신 최형우.
한 기자가 김기태 KIA 감독에게 "나지완 교체는 문책성인가"라며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김 감독은 당황한 표정으로 "(나)지완이가 뭐 잘못한 게 있나"라며 "외야가 넓은 잠실야구장에서 치르는 낮경기다. 수비 강화가 필요하다. 지완이는 경기 후반 조커로 활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외야 수비 강화는 성공했다. KIA는 이날 잡은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6개를 뜬공으로 장식했다. 이 중 13개가 외야 뜬공. 김호령이 축을 잡았고 이명기와 버나디나가 분주히 뛰어다니며 숱한 타구를 처리했다.
타순 조정 역시 효과를 냈다. 타격이 약한 김호령을 8번에 배치하며 기존 9번타자 김선빈이 7번으로 올라왔다. 김선빈은 이날 3타수 2안타 1득점 멀티히트로 펄펄 날았다.
백미는 9회 공격이었다. KIA는 6회까지 4-1로 앞섰으나 7회와 8회 1점씩 내주며 한 점 차까지 쫓겼다. 9회 두산 공격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점수가 필요한 상황, 9회 선두 안치홍이 3루수 옆 스치는 안타로 살아나갔다. 이어 김선빈의 번트로 1사 2루, 타석에 김호령이 들어섰다.
김호령은 올 정규시즌 타율 2할6푼7리, OPS(출루율+장타율) 0.732를 기록했다. 나지완에 비해 '한 방'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김호령을 믿었고 우익수 뜬공 진루타로 화답했다.
그리고 포수 김민식 타석에서 아껴뒀던 나지완 카드를 꺼내들었다. 나지완은 볼카운트 1B에서 두산 김강률의 2구 속구를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30m. KIA가 리드를 3점차로 벌리며 승기를 챙겼다.
경기 후 만난 박흥식 타격코치는 싱글벙글이었다. 박 코치는 "2차전 끝나고 뭐라했나. 분명 3차전에서 살아날 거로 얘기하지 않았는가. 실제로 그렇게 됐다. 이게 경험이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김기태 감독 칭찬 모드를 가동했다. 박흥식 코치는 "감독님의 수가 다 맞았다. 작두에 탄 것 같았다. 9회 선두 안치홍이 나갔을 때부터 김민식 타석 대타로 나지완을 생각했다. 수비를 위해서라도 김호령의 교체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박 코치의 공도 역시 상당했다. 김강률이 플레이오프부터 강행군을 치르는 상황. 거기에 주자가 3루에 있어 포크볼 구사도 어려웠다. 박 코치는 오직 직구만 노리고 덤벼든다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나지완에게 조언했다. 결과가 적중한 것.
작두 탄 김기태 감독의 굿이 4차전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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