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는 쓸 수 없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 타순을 공개했다. 1~2차전과는 사뭇 다른 구성이었다. 나지완을 벤치에 앉혔고 대신 이범호를 5번으로 기용했다. 7번타순은 김선빈이 포진했다. 그리고 김호령이 8번, 9번 김민식이었다. 좌익수 최형우를 지명타자로 돌리고 이명기를 좌익수로 기용했다.
이 타순의 주목적은 외야진의 강화였다. 특히 8번 김호령의 선발 기용에 있었다. 김 감독이 "중견수 수비는 세계 최고"라고 말할 정도로 김호령의 수비력을 인정했다. 이날은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갖는 첫 경기였다. 공격보다는 수비로 경기를 하겠다는 의지였다. 경기전 인터뷰에서 수비형 타순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수비형 타순은 의외로 반전을 일으켰다. 김선빈이 9번이 아닌 7번에서 멀티히트를 날리며 1득점을 올렸다. 이명기가 선제 결승2루타 포함 2루타 2방을 날렸다. 안치홍도 2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렸다. 3경기에서 가장 짜임새와 연결력이 좋았던 타순이었다.
9회초 공격에서 의미있는 장면이 있었다 선두 안치홍이 좌전안타로 출루하고 김선빈이 보내기번트를 성공시켰다. 김호령 타석이었다. 앞선 세 타서에서 삼진과 희생번트, 포수 플라이가 나왔다. 상대는 두산 소방수 김강률. 누가보아도 대타 타이밍이었다. 더그아웃에서는 나지완도 있었고 서동욱, 김주형도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은 김호령을 그대로 밀어부쳤다. 결과는 우익수 깊은 플라이였다. 2루주자를 3루에 보내는데 그쳤다. 그리고 나지완이 김민식 타석에서 대타로 등장했다. 나지완은 김강률의 148km짜리 묵직한 직구를 중월 담장 넘어 관중석으로 보내버렸다. 승부에 결정적인 투런포였다.
김호령을 그대로 내보낸 이유는 9회말 수비였다. 설령 추가점을 뽑지 못하더라도 소방수 김세현의 볼이 좋았고 김호령의 넓은 수비력이면 한 점을 지킬 수 있었다. 아껴둔 카드 나지완을 김호령 타석보다는 김민식 타석에 쓰는 것이 훨씬 효울적이었다.
나지완은 130m짜리 장쾌한 홈런을 날리는 결정적 타격으로 김기태 감독의 용병술을 성공시켰다. 김호령의 수비력을 끝까지 신뢰하면서 승리의 모양새도 좋았다. 1패후 2연승의 결실로 돌아왔고 시리즈의 주도권도 잡는데 성공했다. /sunny@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sunday@osen.co.kr, 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