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전적은 1승1패이지만 원점 이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 KIA다. '에이스' 양현종의 말을 빌리자면, '홈 7연전'의 세 번째 경기를 잠실야구장에서 치른다.
KIA는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3차전을 치른다. 앞선 두 경기서 1승씩 나눠가진 양 팀은 3차전 승리에 사활을 걸겠다는 각오다.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3차전 승리팀은 한층 우위를 점하게 된다.
분위기는 KIA 쪽이 앞선다. KIA는 1차전 믿었던 '에이스' 헥터 노에시의 6이닝 5실점 부진으로 3-5 패배를 맛봤다. 타격이 도무지 살아나지 않으며 '21일간의 휴식이 독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차전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승리했다. 양현종의 역투 덕분이었다. 2차전 선발등판한 양현종은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둔 건 양현종이 열 번째다. 타이거즈 역사상 4번째 완봉승. 선동렬 전 감독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에이스 한 명의 존재가 시리즈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 경기였다. 양현종은 7회와 8회, 두 차례 세리머니로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를 환호로 덮었다. 특히 8회 3루 더그아웃을 향해 팔을 휘저으며 선수단에게 '조금만 더 힘내자'는 메시지를 보냈고, 타선은 곧장 결승 득점을 뽑아냈다. 양현종의 '말하는 대로'였다.
KIA는 2차전까지 팀 타율 1할9푼으로 침묵했다. 만일 2차전서도 양현종의 호투가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산 타선의 침묵 역시 만만치않다. 두산은 2경기서 팀 타율 1할7푼5리를 기록했다. 시원한 타격감이 사라진 것이다. 두산은 NC와 플레이오프 4경기서 팀 타율 3할5푼5리를 기록하며 50득점을 몰아쳤다. 그 감이 완전히 실종됐다.
박흥식 KIA 타격코치는 "한국시리즈 직행팀은 3주간 휴식을 취한다. 아무리 청백전을 해도 타격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라고 털어놓은 뒤 "분위기라는 게 중요하다. 2차전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감이 살아났다. 이제 우리의 템포를 찾은 것이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한 번 분위기를 타면 긴 연승도 거뜬히 해냈던 KIA다. 이를 끌어올린 양현종의 역투였다.
3차전 선발 매치업 역시 KIA 쪽이 유리하다. 현재 KIA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는 단연 팻딘이다. 김기태 KIA 감독은 2차전에 앞서 "팻딘의 구위가 가장 좋다"라고 밝혔다. 공을 직접 받는 포수 김민식 역시 "청백전 때 팻딘의 공이 제일 좋았다. 정규시즌 때보다 더 위력적이었다"라고 감탄할 정도.
팻딘은 후반기 팀의 에이스 역할을 십분 수행했다. 팻딘은 후반기 13경기서 76⅓이닝을 던지며 4승2패, 평균자책점 3.18로 호투했다. 특히 9월 5경기서는 34이닝을 던져 2승1패, 평균자책점 2.38로 압도적.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 큰 보탬이 됐다.
반면, 두산의 마이클 보우덴은 불안하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8승을 기록했던 그는 올해 17경기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64에 그쳤다. NC와 플레이오프 3차전서도 3이닝 3실점 조기 강판. 조성환 KBS 해설위원은 "보우덴은 부상 여파로 포크볼 구사율이 떨어지며 위력을 잃었다. 속구 하나로만 승부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양현종은 1차전 하루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한국시리즈는 홈 7연전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 당시 "잠실야구장은 전광판 빼고 다 KIA 것이다"라는 발언의 후속작. 전국구 야구열기를 자랑하는 KIA 선수이기에 가능한 발언이었다.
그리고 2차전, 그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양현종 본인이다. 이제 그 불이 다른 선수들에게 옮겨 붙을 차례다. 홈 7연전의 3차전 승리가 꼭 필요한 KIA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