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가 결국에는 아예 못나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다. 믿었던 선발 투수가 모두 흔들렸던 것. ‘에이스’ 니퍼트와 장원준은 각각 5⅓이닝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고, 보우덴이 3이닝 3실점, 유희관이 4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선발 투수가 흔들렸지만, 두산은 3승 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선발 투수가 무너진 자리를 불펜 투수가 잘 채워줬기 때문이다.
올해 두산의 불펜진은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현승, 이용찬에 이어 김강률이 마무리 투수로 도약했다, 또 김승회, 김성배가 베테랑으로서 제 몫을 해줬고, 김명신, 박치국, 이영하 등 젊은 투수들도 1군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줬다. 김태형 감독도 "확실히 최근 2년 보다는 나갈 수 있는 투수들이 많이 생겼다"고 미소를 지을 정도다.
비록 양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김태형 감독은 "사실 단기전에서는 많은 투수가 필요없다"는 말로 포스트시즌 불펜 투수 운용 방안을 밝혔다. 선발 투수 이후 상황에서는 특별히 경기가 완벽하게 기울지 않는 이상. 확실하게 막아줄 수 있는 선수는 내겠다는 뜻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함덕주, 김승회, 이용찬, 이현승, 김강률을 '필승조'로 분류했다.
일단 두산은 함덕주는 선발 투수에 이어서 두 번째로 나설 투수로 낙점했다. 올 시즌 선발로 활약했던 만큼, 상황에 따라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무엇보다 두산 불펜 투수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내려갈 경우는 두 가지다.
안정적으로 피칭을 펼친 가운데 투구수가 한계 투구수를 넘었거나, 혹은 흔들린 상황. 첫 투수 교체인 만큼, 상대에게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다. 함덕주는 비록 지난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 김주찬에게 2루타를 맞는 등 패전을 떠안았지만, 이전까지 점수 차와 큰 상관없이 선발 투수 바로 뒤에 나와 1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확실하게 막아냈다. 특히 선발 투수가 흔들면서 만들어진 위기를 확실하게 끊어내면서 상대 타선의 흐름을 끊어냈다.
함덕주에 이어서는 '상황에 따라' 등판할 예정이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마무리투수 조기 투입도 과감하게 했다. 대부분 마무리 투수를 9회에 올리는 반면, 일단 승부처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확실하게 막고 가겠다는 뜻이다.
지난 25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김태형 감독은 함덕주가 8회 2루타를 허용하는 등 무사 1,2루 위기에 몰리자 과감하게 김강률을 마운드에 올렸다. 위기의 상황이라고 하지만, 아직 2이닝이 남았고, 점수도 5-3으로 두 점의 여유가 있었다. 또한 김강률과 함께 김승회가 함께 몸을 풀어놓은 상황이었던 만큼, 마무리 투수 조기 투입 결정이 쉽지 않을 법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위기에서는 마무리투수와 상관없이 막아줄 확률이 높은 선수를 올려야 한다"라며 "9회를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역전을 허용하고, 아예 올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일단 위기를 막은 뒤에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강률은 후속 타자를 병살로 처리하며, 최상의 시나리오로 이닝을 마쳤고, 결국 9회까지 책임지며 2이닝 세이브를 거뒀다.
한편 광주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두산은 홈인 잠실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3연승을 거둬야 한다. 잠실에서도 두산의 불펜 운용 방안은 크게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일단 플레이오프에 이어 전 경기 출장한 함덕주가 앞선 1,2차전에서 다소 흔들렸지만, 김태형 감독은 "던질수록 자신감을 갖고 있다”라며 “플레이오프부터 매경기 나오고 있지만, 이틀 던지고 휴식을 취하는 패턴이었다. 잠실에서 3연전을 치르는 만큼, 그 때 체크해보겠다"고 굳건한 믿음을 보였다. 아울러 "일단 함덕주가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김승회 역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함덕주와 함께 두 번째 투수로 나설 수 있는 후보"라고 이야기했다. / bellsto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