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글러브 패대기'가 옳은 행동은 아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0.27 11: 10

 경기 도중 글러브를 내팽개치는 행동이 어떻게 '승부욕'으로 미화될까.
지난 25일 KIA-두산의 한국시리즈 1차전, 오재원(두산)의 글러브 패대기는 이날 승패를 떠나 단연 눈길을 모은 장면이었다. 오재원의 돌출 행동을 두고 두산팬은 "파이팅 넘친다", "멋지다", "승부욕이다" 라는 반응. 반대로 "많은 관중 앞에서 볼썽사납다", "성질 부리는 행동이다"는 비난 의견도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 또는 상대팀이기에 팬들의 의견은 편파적이고 극과극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미디어가 돌출 행동을 아름답게 감싸는 것은 옳지 않다.

8회 KIA의 최형우가 친 타구는 2루수 오재원 앞으로 굴러갔다. 발이 느린 최형우에 대비해 외야 잔디까지 뒤로 물러나 있던 오재원이 잡으려 했으나, 불규칙 바운드로 오재원의 키를 넘어갔다. 타구가 내야 흙과 잔디의 경계선을 맞고 튀었다.
그러자, 갑자기 오재원은 글러브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모자까지 벗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인플레이 상황인데도 혼자서 '오버 액션'을 했다.
오재원의 행동에 대해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불규칙 바운드가 나와서 그런 행동을 보인 것 같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쌌다. 소속팀 선수이기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둔했다.
오재원은 유난히 그라운드에서 튀는 행동을 많이 하는 선수다. 그것을 '파이팅 넘치는 선수'로 볼 수 있고, 오버 액션에 대한 '밉상 플레이어'로도 볼 수 있다. 상대 선수와의 시비, 심판과의 언쟁 등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다. 삐딱한 시선을 스스로 만든 측면도 있다.
승부욕은 갑작스런 돌출 행동으로 분출시키는 것이 아니고, 실력으로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승부욕이다. 선수 시절 양준혁이 내야 땅볼을 치고서도 항상 1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가 올바른 승부욕이다.
인상적인 홈런을 치고서도 좀처럼 감정 표출을 안 했던 이승엽이 승부욕이 없어서 그랬을까. 올림픽 등 국제대회와 숱한 빅경기를 치른 그가 아쉬운 장면이나 승부처에서 배트를 땅에 내리치거나 던지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왜 그들이 모범적인 선수로 칭찬받았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오재원의 행동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그것은 승부욕, 투지가 아니다. 투수가 덕아웃에서 글러브를 집어 던지거나, 타자가 삼진을 당한 후 배트를 부러뜨리거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덕아웃의 물통을 부수거나. 그것은 승부욕이 아니라 눈살 찌푸리는 행동이다.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순간적인 화를 다스리지 못한 행동일 뿐이다.
왜 오재원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따라다니는 지 선수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시즌 도중 오재원의 돌출 행동을 두고 한 지도자는 "그 친구는 나이를 먹어도 아직까지 그러냐"라고 쓴소리를 했다. 어린 치기를 보여주지 않을 정도로 아직도 성숙하지 못했냐는 지적이었다.
오재원 관련 기사의 댓글 중 하나다. 
"경기 중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변수를 가지고 애처럼 신경질 부리는 게 프로선수가...다른 선수들은 승부욕과 열정이 없어서 저런 행동 안 하는 건가. 다른 팀 주장들은 리더십이 없어서 저런 행동 안 하는 건가. 포장할 걸 포장해라."
한편 2차전을 앞두고, 오재원은 전날 행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도 내야와 외야 잔디 경계 부분에 경사가 있길래 흙을 채우거나 다져달라는 부탁했다. 어제 또 좋지 않아 다시 얘기했는데 비가 와서 땅이 쓸려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이해는 되는데 심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가 6~7차전까지 간다면 챔피언스필드 구장 관리에 홈팀 KIA 또는 한국시리즈를 주관하는 KBO에서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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