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외인’ 켈리, 장수 외인의 꽃길을 걷는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27 09: 46

이변은 없었다. SK 와이번스는 메릴 켈리와 함께 다시 한 번 꽃길을 걷는다.
SK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와 총액 175만 달러(연봉 140만 달러, 옵션 35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연했던 수순이었다. 켈리는 현재 KBO리그의 대세 외국인 선수였다. 올 시즌 30경기 등판해 190이닝을 소화하며 16승7패 평균자책점 3.60의 기록을 남겼다. 또한 올해에는 탈삼진 능력이 만개하면서 189개의 탈삼진으로 삼진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이로써 켈리는 내년 시즌까지 4년 째 한국 무대를 누비는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지난 2015시즌 처음 한국 무대에 발을 디딘 켈리였다. 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마이너리그 소속으로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었지만 탑 유망주에 속했던 켈리의 한국행에 모두가 놀랐다. KBO리그 무대를 밟는 특급 선수만큼의 이름값은 없었지만, 전도유망한 선수임에는 틀림 없었다. 놀란 반응을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켈리의 투구에서도 확인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컷 패스트볼과 투심 등 변형 패스트볼에 체인지업과 커브의 현란한 변화구로 KBO리그 무대를 지배해 나갔다. 첫 시즌 30경기 11승10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하며 적응을 마친 켈리는 이듬해, 31경기 9승8패 평균자책점 3.68로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켈크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독 등판하는 날 득점 지원과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승수 만으로 켈리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 어려웠다. 켈리가 마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만큼은 나날이 위력을 더해갔다.
여기에 켈리는 그동안 ‘가성비 으뜸’의 명성까지 얻었다. 켈리가 그동안 보여준 성적이라면 SK가 거액을 쏟아 붓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켈리는 SK에 ‘염가 봉사’ 수준의 계약을 맺고 마운드에 올랐다. 데뷔 첫 해 연봉은 35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6년에는 75만 달러, 그리고 올 시즌에는 85만 달러였다. 켈리를 제외하고 KBO리그 외국인 선수의 ‘저비용 고효율’을 논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3년 간 91경기 36승25패 평균자책점 3.80을 남긴 켈리를 SK는 당연히 눌러 앉힌다는 계획이었다. 켈리의 활약에 메이저리그에서도 다시 관심을 보이며 켈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있기 마련. 켈리도 당연히 관심을 보였고, 미국의 부름을 기다리는 듯 했다. SK가 원한다고 해도 켈리의 마음이 흔들리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켈리는 다시 한 번 SK와 함께하는 방향을 택했다. 4년 째 SK 유니폼을 입고 인천을 누빈다. 켈리는 "다시 SK에서 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인천에서 매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고 팀과 내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 응원해주신 팬 분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며 계약 소감을 밝혔다.
켈리는 지난 3년 간, 장수 외국인 선수로의 기틀은 스스로 닦아놓았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 만든 꽃길을 SK와 함께 걸어가면 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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