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왜 강한 포수가 중요한가를 보여준 한 장면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10.27 11: 00

강한 포수의 조력도 있었다. 
KIA는 지난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양현종의 완봉 역투를 앞세워 1-0로 승리하고 반격에 성공했다. 양현종은 9이닝을 11개의 탈삼진을 곁들여 4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막강한 두산의 타선을 상대로 생애 최고의 투구로 시리즈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현종의 볼에는 집념과 간절함이 실려있었다. 우선 1차전 패배를 설욕해야 했다. 두 번째는 100승 투수이자 한 시즌 20승 투수인데도 한국시리즈 승리가 없었다. 스승인 간베 토시오 전 코치를 야구장에 초청한 경기였다. 마지막으로는 두 아이에게 아빠의 강함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적장인 김태형 감독이 "치기 힘든 볼을 던졌다"고 토로할 정도로 볼이 좋았다. 두산이 자랑하는 김재환과 오재일을 상대로 3안타를 내주었지만 후속 타자들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1회, 5회, 7회 선두타자를 출루시켰지만 흔들림 없이 막았다. 한국시리즈에서 1-0 완봉승은 처음이었다. KBO리그 역사를 새로 쓴 것이었다. 
양현종의 역사적 완봉은 혼자한 것은 아니었다. 훌륭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한승택과 김민식 등 포수들의 도움이었다. 한승택은 7회까지 마스크를 썼고 7회말 자신의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되었다. 김민식이 바통을 이어 2이닝을 호흡을 맞췄다. 두 포수의 조력 아래 완봉이라는 작품이 완성됐다. 
두 포수의 조력이 빛난 것은 두산의 빠른 주자들의 도루를 사전에 막았다는 점이었다. 두산은 1~2차전에서 한 번의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다. 경기 상황이 도루할 타이밍이 아닌 점도 있었지만, KIA의 두 포수의 강한 어깨를 감안한 것도 있었다. 
특히 양현종의 완봉 직전에 위기가 있었다. 9회초 1사후 김재환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두산은 곧바로 발빠른 대주자 조수행을 내세웠다. 도루를 할 수도 있었지만, 김태형 감독은 자제했다. 오재일과 양의지의 방망이를 믿은 것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도루 저지율 1위의 김민식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루하다 아웃되면 경기가 그대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KIA는 적어도 작년까지 기동력을 보유한 팀들에게는 먹잇감이었다. 발 빠른 주자들을 앞세워 도루를 성공시켜 내야진을 흔들고 득점으로 이어지는 방정식이 곧잘 나왔다. 송구와 포구 등 포수진이 약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기동력 야구를 펼치는 NC, 넥센야구에 약해 많은 승리를 헌납했다. KIA가 상위권으로 도약하지 못한 이유였다.
그러나 김민식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수혈했고 한승택이 작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활약을 기점으로 주전급으로 도약하면서 안방의 힘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민식의 트레이드는 김기태 감독이 가장 원했던 것이었다. 강팀이 되려면 강한 포수가 필요했다. 김무종(해태), 김경문 김태형 양의지(이상 두산), 박경완(현대-SK), 진갑용(삼성) 등 우승팀에는 항상 강한 포수들이 있었다.  
KIA도 8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의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김경문 NC 감독은 시즌 중 "예전 KIA와 경기할때는 기동력으로 흔들며 쉽게 경기를 풀어갔는데 이제는 (포수가 좋아져)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 강해진 포수진이 두산의 도루를 막았고 양현종의 역사적 완봉을 이끌어냈다.  /sunny@osen.co.kr
[사진] 26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1-0 승리 직후 포수 김민식과 양현종이 기쁨을 나누는 모습(위). 7회까지 양현종과  호흡을 맞춘 한승택(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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