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분위기 바꾼 KIA, '원점'보다 높은 고지 점령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7 06: 57

2차전까지 1승씩 나눠가진 양 팀. 시리즈는 원점이다. 하지만 이는 승패 마진만 따졌을 때 이야기다. 분위기나 흐름 등으로 향후 결과를 내다본다면 정확히 5대5 균형은 아니다. KIA가 두산에 원점 이상 유리한 고지를 점한 이유다.
KIA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을 1-0으로 승리했다. 선발투수 양현종은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둔 건 양현종이 열 번째다. 타이거즈 역사상 4번째 완봉승. 선동렬 전 감독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타격의 침체는 아쉬웠다. KIA 타선은 5안타 6볼넷으로 살아나갔지만 홈을 밟은 건 김주찬이 유일했다. 8회 협살에 걸렸던 김주찬이 재치로 홈을 밟아 간신히 승리한 KIA. 무타점 승리는 한국시리즈 최초였다.

2차전 종료 후 만난 박흥식 타격코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졌다. 박 코치는 "한국시리즈 직행팀은 3주간 휴식을 취한다. 아무리 청백전을 해도 타격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실제로 1~2차전 모두 타격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라는 게 중요하다. 2차전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자신감이 살아났다. 이제 우리의 템포를 찾은 것이다"라며 "단 한 번 물꼬를 튼다면 3차전 이후부터 타자들이 제 컨디션을 찾게 된다. 2차전 승리가 그래서 더 의미있다"라고 전망했다.
물론 타격코치가 자신의 팀에 긍정적 기대를 보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박 코치의 말처럼 KIA는 2차전 승리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국시리즈 개막에 앞서 해설위원 A는 "KIA는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아직 '극강'은 아니다. 분위기에 휩쓸리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긴 연승도 달리지만 한풀 꺾였을 때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두산이 KIA의 분위기를 살려준다면 고전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KIA는 2차전서 행운 섞인 득점으로 두산을 무너뜨렸다. 두산이 자랑하는 내야 수비가 흔들렸기에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거기에 양현종의 투혼으로 분위기가 한껏 끌어올라간 상태다.
시리즈 균형을 깰 3차전. 선발 매치업에서 KIA가 앞선다. KIA 팻딘의 구위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팻딘은 홍백전서 4이닝 무실점으로 감각을 조율했다. 포수 김민식이 "청백전 때 팻딘의 공이 제일 좋았다. 정규시즌 때보다 더 위력적이었다"라고 감탄할 정도.
'후반기 에이스' 노릇을 했던 팻딘이기에 기대는 더욱 커진다. 팻딘은 후반기 13경기서 76⅓이닝을 던지며 4승2패, 평균자책점 3.18로 호투했다. 특히 9월 5경기서는 34이닝을 던져 2승1패, 평균자책점 2.38로 압도적. 시즌 막판 순위 싸움에 큰 보탬이 됐다.
반대로 두산의 3차전 선발투수 마이클 보우덴은 줄곧 불안했다. 지난해 30경기에서 18승을 기록했던 그는 올해 17경기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64에 그쳤다. NC와 플레이오프 3차전서도 3이닝 3실점 조기 강판. 시즌 내내 괴롭혔던 부상 여파를 아직 떨치지 못했다.
KIA의 유일한 약점으로 꼽혔던 불펜도 1차전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심동섭과 임창용, 김세현은 1이닝씩만 던졌다. 2차전 양현종의 완봉승 덕에 27일 이동일까지 이틀간 휴식. 여전히 100%의 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두산 역시 함덕주와 김강률이 건재하지만 KIA에 크게 앞서지는 못한다.
3차전서 KIA가 승리한다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된다. 두산이 가장 경계해야 할 시나리오다. 어쩌면 시리즈 운명이 3차전에서 갈릴 수도 있는 이유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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