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캡틴' 김주찬의 진심 "양현종에게 너무 미안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7 06: 56

결승 득점의 순간. '캡틴'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마운드에서 버텨주는 '에이스'였다.
KIA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을 1-0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경기 내내 치열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KIA는 8회 김주찬의 결승 득점으로 이날 경기 유일한 득점에 성공했다.
승리투수 양현종의 역투는 결승점에 주춧돌을 놓았다. 양현종은 9이닝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에서 완봉승을 거둔 건 양현종이 열 번째다.

결승 득점의 김주찬. 이날 경기는 김주찬의 극적인 반전이었다. 초반까지는 악몽 그 자체였다. 김주찬은 1회 무사 1루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이명기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상황. 김주찬이 분위기를 이어줘야 했다. 김주찬은 볼카운트 1S에서 기습번트를 댔다. 절묘한 위치에 떨어진 번트에 김주찬은 1루까지 들어갔지만, 타구가 계속 구르며 결국 파울이 됐다. 3루수 허경민의 재치가 빛난 장면이었다.
결국 김주찬은 유격수 병살타로 물러났다. 두 번째 기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회 1사 후 이명기가 기습 번트 안타로 살아나갔다. 두산 내야의 허를 찔렀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주찬은 유격수 병살타였다. 3회까지 병살타 두 개. 2번타순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김주찬은 6회 선두타자로 나서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졌고, 김주찬은 8회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던 상황. 김주찬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주찬은 두산 두 번째 투수 함덕주 상대로 우전 2루타를 뽑아냈다. 엄밀히 따지면 이번에도 빗맞았다. 하지만 우익수 민병헌과 2루수 오재원 사이에 정확히 떨어졌다. 오재원이 끝까지 따라갔지만 글러브는 살짝 못 미쳤다.
후속 로저 버나디나의 희생번트로 김주찬은 3루까지. 후속 최형우의 볼넷으로 1사 1·3루 기회가 이어졌다. 나지완이 3루 땅볼을 때려냈고, 김주찬은 런다운에 걸렸다. 공이 거듭 중계됐지만 김주찬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때 3루로 뛰어든 최형우를 잡기 위해 두산 선수들이 욕심을 부렸고 김주찬이 결국 홈에 들어왔다. 결승 득점. 김주찬은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김주찬이 느낀 결승 득점 장면은 '틈'이었다. 그는 "어차피 병살타 상황이었다. 나는 뛰어야 했는데 런다운에 걸렸다. 쉽게 죽고 싶지 않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포수 양의지와 내 거리가 가까웠는데 태그 대신 3루로 던졌다. (최)형우를 잡기 위한 시도였다. 바로 홈으로 내달렸다. 최선을 다해 뛰었는데 운 좋게 틈이 생겼고 득점이 됐다"라고 밝혔다.
평소 세리머니와 거리가 먼 김주찬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아낌없는 포효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경기 후반, 한 점이 꼭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세리머니가 저절로 나왔다. (양)현종이가 워낙 잘 던지고 있었다. 점수를 못 뽑았던 게 미안했다. 특히 나는 병살타도 두 개를 쳤다. 그래서 더욱 기분 좋았다"라고 털어놨다.
1차전 패배. 하지만 KIA 선수단은 평정을 잃지 않았다. 주장 김주찬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뭔가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최대 6경기가 남은 시점이었다. 크게 신경 안 썼다. 선수들 분위기도 좋았다. 별다른 얘기가 필요없었다"라며 "3차전부터는 타격이 잘 풀릴 거로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KIA 분위기가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 인터뷰 중인 김주찬을 보고 이범호가 "그런 타구로 안타 쳤으면서 무슨 인터뷰냐"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주찬은 이범호를 보고 씨익 미소지었다. 단기전이 주는 무거운 중압감 대신 '평소처럼'을 강조한 모습다웠다.
에이스에게 미안했다는 캡틴. 야구만화 같은 스토리가 2차전 KIA 승리를 이끌었다. 이제 시리즈는 잠실로 향한다. 잠실에서도 이 야구만화가 이어질지 지켜볼 대목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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