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으로 간 로저스, 한화는 왜 미온적이었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0.27 06: 55

에스밀 로저스가 넥센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KBO리그에 복귀했다. 전 소속팀 한화의 부담이 커졌다. 
넥센은 지난 26일 로저스와 총액 150만 달러에 계약을 발표했다. 150만 달러는 넥센 구단 외인 역대 최고 몸값. 복수의 구단들이 로저스 쟁탈전에 뛰어들었지만 승자는 넥센이었다. 로저스는 아프지만 않으면 KBO리그 최상급 투수로 검증이 됐다. 팔꿈치 수술 후 트리플A에 이어 도미니카 윈터리그 실전 경기에서도 호투를 거듭하자 넥센이 발 빠르게 움직여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처럼 물밑에서 로저스에 달려든 팀이 적지 않았지만 한화는 미온적이었다. 올초에만 하더라도 한화는 꾸준히 로저스의 상태를 체크했다.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와 계약하기 전에는 로저스 재영입도 검토했다. 당시 로저스는 "몸값을 낮춰서라도 계약하고 싶다"며 구체적인 금액 제안을 먼저 할 만큼 한화에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김성근 전 감독의 강력한 반대, 비야누에바 계약으로 로저스의 복귀는 불발됐다. 이후 7월까지 재활을 거친 로저스는 워싱턴 내셔널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8월에 실전 복귀했다. 트리플A에서 로저스가 건재를 알리자 상황이 달라졌다. 여러 팀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가치가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화가 발을 뺐다.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넥센뿐만 아니라 여러 구단들이 로저스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한화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한화는 로저스의 인성 문제를 거론했지만 그 정도로 심각한 수준까진 아니다. (선수 관리에 엄격한) 김성근 감독 때문에 인성 문제가 부풀려진 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화 시절 로저스는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감정 조절을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일부 선수들은 "로저스가 너무 어린 아이처럼 군다"며 오락가락하는 성격에 못마땅해 하기도 했다. 구단이 특별 관리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선수들 사이에선 "로저스가 승부욕이 강해 그렇지 (케미스트리를 해치는) 그런 선수는 아니었다. 선수단에 직접 커피나 간식을 자주 쐈고, 훈련을 돕는 스태프들에겐 용돈도 두둑하게 준 선수였다"고 귀띔했다. 마음씨 자체가 나쁜 선수는 아니었다. 
로저스 재영입을 진지하게 생각했던 한화가 미온적으로 바뀐 것은 인성 문제보다 구단의 방향 전환과 일치한다. 한화는 당장의 성적도 외면할 수 없지만 향후 2~3년은 젊은 선수 중심으로 세대교체와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몇 베테랑 선수들에겐 코치직을 제의하는 등 선수 정리작업에 한창이다. 외국인선수도 고액 거물급보단 가성비 좋은 선수를 찾고 있다. 
다만 한화는 지금껏 외국인 투수 농사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역대로 규정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점대의 10승 외인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 제한된 금액 한도 내에서 KBO리그에 통할 수 있는 가성비 좋은 투수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 그래서 로저스를 잡지 않은 것에 아쉬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한화는 로저스 영입에 따른 리스크를 안지 않고, 새로운 투수들을 찾아 나선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선수 영입과 관련 "구단 (육성) 기조에 맞춰 움직이겠지만,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의 선수가 올 수도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내년 시즌 넥센발 로저스 부메랑을 맞지 않기 위해서라도 수준급 외인 투수들을 찾아야 할 한화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시절 로저스(위), 넥센과 계약 후 로저스와 동생 호세(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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