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2] '20승 투수' 양현종의 뒤늦은, 그러나 값진 PS 첫 승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6 21: 46

탈삼진쇼였다. 양현종(29·KIA)이 능구렁이 같은 투구로 한껏 올라와있던 두산 타선을 완전히 잠재웠다.
KIA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을 1-0으로 승리했다. 팽팽하던 8회, 김주찬의 결승득점으로 희비가 갈렸다. 선발투수 양현종의 역투가 눈부셨다. 양현종은 9이닝 4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시리즈 10호 완봉이었다.
KIA는 이날 승리로 전날(25일) 1차전 3-5 분패를 되갚아줬다. 시리즈 전적 1승1패. 이제 양 팀은 원점에서 잠실로 이동, 3~5차전을 치른다.

이날 양현종의 무기는 탈삼진이었다. 양현종은 9까지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위력을 뽐냈다. 최고구속 144km의 속구.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까지 고루 섞어던졌다. 위닝샷도 다양했다. 경기 초반에는 속구로 삼진을 빼앗았다. 1회 박건우를 돌려세울 때는 몸쪽 낮은 속구로 그를 얼렸다. 2회 양의지 역시 양현종의 몸쪽 낮은 속구에 꼼짝 못했다. 3회 김재호 역시 복판 속구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4회에는 박건우 상대 속구, 김재환 상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냈다. 5회에는 2루타와 볼넷 하나씩 내줬지만 아웃카운트는 모두 속구 삼진이었다. 양현종은 7회 닉 에반스에게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빼앗으며 위기를 탈출했다.
8회를 마친 양현종은 3루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팬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더 큰 환호를 지르라는 듯 팔을 들고 흔들었다. 기립박수로 양현종을 연호하던 KIA 팬들은 더 큰 함성을 질렀다. 경기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장면이었다.
양현종은 포스트시즌과 유독 인연이 없었다. 데뷔 3년차인 2009년 SK와 한국시리즈에 나섰지만 성적은 좋지 못했다. 양현종은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섰던 4차전 선발등판, 5⅔이닝 4피안타 6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투구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양현종은 6차전(⅓이닝)과 7차전(1⅓이닝)에도 구원등판하는 역투로 팀 우승에 기여했다.
두 번째 포스트시즌은 2011년 준플레이오프. 이번에도 상대는 SK였다. 양현종은 2011시즌 28경기서 7승9패, 평균자책점 6.18로 부진했고 결국 포스트시즌에 불펜으로 나섰다. 2차전 1경기에 등판해 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뭔가를 남기기에 너무도 적은 기회였다. KIA의 탈락으로 양현종의 두 번째 가을은 그렇게 저물었다.
지난해 가을은 달랐다. 양현종은 부침을 겪으며 '대투수'로 성장했다. 양현종은 LG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 선발등판, 6이닝 무실점으로 위력을 뽐냈다. 그러나 팀의 0-1 끝내기 패로 이번에도 승리실패했다.
네 번째 가을. 양현종에게는 '여유' 툴이 장착됐다. 양현종은 "준비는 잘했다. 설레면서 긴장된다"라고 운을 뗀 뒤 "2009년의 나는 마냥 어리기만 했다. 지금은 다르다. 올해, 기억에 남는 가을을 만들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그 다짐에 부합하는 투구였다. 양현종, 그리고 KIA 팬들 기억에 남는 가을은 이제 시작이다. /ing@osen.co.kr
[사진] 광주=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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