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文 만난 김기태 감독, "가까이서 본 자체가 영광"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6 16: 37

야구장에 달이 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기태 KIA 감독도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KIA는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을 치른다. KIA는 전날(25일) 1차전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2차전 승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한국시리즈 단군매치' 성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1차전 경기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았던 이유다.

경기 직전 장내가 술렁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자로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당초 시구자로 '해태 왕조'를 이끌었던 김응룡 감독이 예고된 상황이었음에도 소문은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후보 시절 야구와 관련된 투표 독려 이벤트를 진행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인증샷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응원하는 야구팀을 함께 밝히는 방식이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투표 인증 1위 팀 연고지에 가서 시구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투표 인증 1위 팀은 KIA였다.
예측대로 문 대통령은 깜짝 시구자로 나섰다. 김응룡 회장이 마운드에 오른 직후 장내 아나운서가 "그리고 이 분도 함께 합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을 외쳤다. 문 대통령은 파란색 국가대표 점퍼를 입고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마쳤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는 KIA 포수 김민식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 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홈, 원정팬 할 것 없이 '문재인'을 연호했다.
시구 후 3루 더그아웃으로 이동해 김기태 감독에게도 격려의 악수를 건넸다. 김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가까이서 본 자체가 영광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카리스마와 온화함을 동시에 갖춘 김 감독이었지만 대통령과 만남은 긴장됐다. 김 감독은 "혹시나 실례가 될까 원래 있던 곳보다 살짝 옆으로 떨어져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 대통령의 시구를 위해 청와대 측에서는 KIA 프런트, 심판 등으로 위장했다. KIA 자켓을 입은 낯선 얼굴들이 김 감독을 당황스럽게 만든 것. 김 감독은 "혹시나 경호원들이 나를 제지하면 어쩌나 염려했다. 팬분들이 보시기에는 KIA 자켓을 입은 직원이 감독을 제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라며 후일담을 전했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