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불혹의 KS, 임창용의 시계는 힘차게 간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26 06: 06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을 칭할 때 자주 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임창용(41·KIA)에게는 그런 수식어도 부족해 보인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앞으로 더 가야할 길을 다 생각하면 그렇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불혹의 베테랑인 임창용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해태 소속이었던 1996년 포스트시즌에 데뷔한 이래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에만 19경기, 전체 포스트시즌 33경기에 나갔다. 이번 KIA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들의 포스트시즌 출전 경기수를 모두 합쳐도 임창용 하나만 안 된다. 쌓인 내공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외 진출의 시기가 있었던 임창용은 국내 복귀 후 두 번째 한국시리즈를 맞이했다. 자신이 프로에 데뷔한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고는 1997년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임창용도 그런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옛 기억을 떠올렸다. 임창용은 “1997년에 우승을 하고 20년 만이다. 야구를 오래하다 보니 이런 기회가 왔다. 이 나이에 이런 기회가 오겠나”고 빙그레 웃어보였다.

천성적으로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심장인 임창용이다. 워낙 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심장은 강해졌다. 크게 긴장한 기색은 없다. 오히려 후배들을 다독인다. 임창용은 “즐기자고 이야기를 했다. 다들 재밌게 하자고 준비를 했다”면서 “팀의 최고참이지만 한 팀 선수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굳은 다짐을 선보였다. 강한 책임감으로 무장한 임창용이다.
임창용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KIA는 전체적으로 선발에 비해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승조로 나란히 불펜을 끌어가야 할 김윤동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김세현도 경험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반대로 임창용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전반기 29경기에서 4.6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임창용은 후반기 22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88까지 끌어내렸다.
때문에 KIA 벤치는 임창용을 전천후 카드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 이기고 있는 상황은 물론, 근소하게 뒤진 상황에서도 승부처에서는 투입할 전망이다. 실제 25일 1차전에서도 3-5로 뒤지고 있었던 8회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이닝 동안 다소 고전하기는 했으나 무실점으로 막고 한국시리즈 역대 최고령 투수(만 41세 4개월 21일)로도 이름을 올렸다.
힘든 시리즈가 예고되어 있지만 임창용은 자신감이 있다. 무엇보다 푹 쉬었다. 20일 이상의 휴식이 꿀맛이었다. 구위를 차분하게 끌어올리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올 시즌 두산과의 5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15.00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잠실에서는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자료도 있다. 임창용의 시계는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 /skullboy@osen.co.kr
[사진] 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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