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다시보기②] 설경구, 15년 만에 3초 폼 잡은 주연상의 품격(ft.임시완)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26 06: 30

 배우 설경구가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영광의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지난 제39회 대종상영화제(2002)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지 정확히 15년 만이다.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설경구는 “3초만 폼을 잡고 내려가겠다”는 여유로운 소감을 남기며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대종상영화제가 재작년, 지난해와 달리 운영 방식과 심사에 공정성을 띠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기에 조금 차별화된 수상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많은 관객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은 작품을 중심으로 시상을 했고, 각 수상자에게 지지를 보낸 심사위원들의 결과지를 화면 하단에 공개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돋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설경구의 남우주연 수상은 감회가 새롭지 않나 싶다. ‘프리즌’의 한석규, ‘택시운전사’의 송강호, ‘더 킹’의 조인성, ‘박열’의 이제훈 등 누가 수상해도 아깝지 않았을 쟁쟁한 후보자들을 뛰어 넘었기 때문이다.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이 올해 진행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것도 수상 가능성을 높인 주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설경구는 이날 “‘불한당’이 후보로 많이 올랐는데 수상을 못해서 실망했지만 하나 건졌다(웃음). 제가 오늘 ‘불한당'(에서 입었던)의상을 입고 왔다. 영화 속에 있는 듯 묘한 기분이 드는데 임시완 씨가 보고 싶다”며 “저의 동지 송윤아 씨에게도 감사하고 저에게 아낌없이 주는 팬 여러분들 사랑한다. 제가 대종상 무대에 15년 만에 섰는데 한 번도 폼을 잡아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3초만 폼을 잡아 보겠다”면서 양손을 올린 채 환한 미소를 짓고 퇴장했다.
그의 수상 소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15년 만에 다시 선 대종상의 무대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던 게 아닐까. 영화 ‘박하사탕’으로 2000년 신인 남우상부터 남우주연상까지, 그리고 영화 ‘공공의 적’으로 2002년부터 이듬해까지 각종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던 설경구.
최근 몇 년 동안 흥행 실적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보여 침체기를 겪다가 다시 ‘불한당’과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아직 죽지 않은 노장의 파워를 보여준 결과라 하겠다./purplish@osen.co.kr
[사진] TV조선 방송화면 캡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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