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상 다시보기①] "부활 신호탄?"…'리부트' 대종상, 절반의 성공과 과제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0.26 06: 30

“55회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참석하면 좋겠다.”
25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4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대리수상에 나선 MC 신현준이 한 말이다. 지난 2015년에 이어 또다시 사회를 맡은 신현준은 이날도 대리수상을 위해 무대에 등장했다. 그러나 대리 수상자마저 부족해 부리나케 MC석과 무대를 오갔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기술상과 촬영상 두 차례만 대리수상했다.
‘악녀’ 박정훈과 정도안, 윤형태를 대신해 촬영상과 기술상을 대리수상한 신현준은 “사실 대종상영화제는 올해가 54회다. 많은 선배님들이, 많은 영화인들이, 많은 한국 영화를 사랑해주신 관객 여러분들이 만들어주신 영화제다. 우리 영화제를 우리 스스로 지켰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55회다. 55회에는 더 많은 분들이 참석했으면 좋겠다. 정말 많은 영화인의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관객 분들의 박수보다 더 뜨거운 박수를 쳐줄 줄 아는 영화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상복이 터진 진짜 배우 신현준”이라고 대종상의 정상화를 기원했다.

반세기가 넘게 이어진 전통 있는 영화 시상식이지만, 대종상은 최근 몇 년간 불공정한 수상 등으로 권위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대리 출석자에게는 시상을 하지 않거나, 한 작품에 다수의 수상자가 몰리는 잡음으로 ‘대충상’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지난 2015년 52회, 지난해 53회 시상식에는 노미네이트 된 배우들은 물론, 자리를 빛내줄 대부분의 배우와 감독 등 영화인들이 대거 불참했다. 거의 모든 부문이 대리수상으로 진행되는 보기 민망한 장면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54회를 맞은 올해 대종상은 ‘리부트’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쇄신을 통해 50년을 넘게 이어온 전통의 영화 시상식 대종상의 자존심을 찾겠다는 각오였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대종상의 개최 소식을 전하며 “‘그들만의 축제’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 대종상영화제를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기 위해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어떠한 비판과 의견도 최대한 수용,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민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각오처럼 이날 열린 대종상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박열’의 최희서를 제외하고는 여우주연상 후보들이 모두 불참하는 등 불참이 눈에 띄었지만, 지난 2년간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설경구는 물론, ‘택시운전사’의 송강호, ‘더킹’의 조인성 등이 참석하며 대종상의 권위를 세웠고, 많은 배우와 영화인들이 자리를 빛냈다.
불공정 논란을 없애겠다는 등 수상자 발표와 함께 심사위원들의 심사 내역을 공개한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어떤 심사위원이 누구에게 표를 행사했는지를 투명하게 공개, ‘불공정 논란’을 처음부터 차단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
대종상은 올해 시상식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절반의 성공은 거뒀지만, 여전히 절반의 과제가 남았다. 여전히 대종상을 향한 관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단 한 번으로 지워버리기엔 대종상이 쓴 ‘흑역사’가 너무도 많다. 이제 막 정상화를 향해 출발한 만큼 대종상이 갈 길은 멀다. 대종상이 이미 돌아서버린 관객들의 믿음을 다시 찾는 것은, 단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질 기적은 아니기 때문이다./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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