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승리 여신이 있다면, 이날은 KIA를 향해 미소를 짓는 듯 했다. 그러나 두산의 새 마무리 김강률은 그런 불운조차 깨끗하게 날려버렸다.
두산은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3으로 이기고 한국시리즈 3연패를 향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고 김재환과 오재일은 연속타자 홈런으로 KIA 마운드를 두들겼다. 하지만 김강률이 없었다면 이들의 활약도 한순간에 묻힐 뻔했다.
KIA로서는 열세로 진행되던 경기였다. 4회 볼넷 3개와 실책 1개가 겹치며 피안타 하나 없이 선취점을 헌납했다. 이어 5회 헥터가 피홈런 2방을 포함해 집중타를 얻어맞고 4점을 허용해 패색이 짙어졌다. 곧바로 5회 버나디나가 추격의 3점 홈런을 터뜨리며 추격했으나 7회까지 추가점을 내지 못해 3-5로 끌려갔다.
그러나 8회 예상치 못한 타구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듯 했다. 선두 최형우가 함덕주의 느린 변화구를 받아쳤다. 하지만 위력은 없었다. 최형우 시프트 차원에서 외야로 나가 있던 2루수 오재원의 품에 무난히 안기는 공이었다. 그런데 공이 내야에서 외야로 나가는 도중에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났다. 크게 튄 공은 오재원의 키를 넘겨버렸다. 오재원이 마지막까지 점프를 해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재원은 곧바로 글러브를 던지며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쫓기는 두산으로서는 무사에 주자가 다소 억울하게 나간 셈이니 그럴 만 했다. 여기서 잘 던지던 함덕주가 흔들렸다. 나지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2점차에 무사 1,2루. 두산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두산은 곧바로 김강률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 시즌 갈수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팀의 마무리로 승격된 김강률이었다.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위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었으나 이날은 확실히 달랐다.
첫 타자 승부가 중요했다. 안치홍은 번트 의사가 없었다. 강공이었다. 김강률도 2B-1S의 다소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4구째 빠른 공으로 안치홍의 방망이를 이겨냈다. 3루수 정면으로 갔고, 이는 허경민의 기민한 플레이 끝에 병살타로 이어졌다. KIA의 희망을 꺾는 순간이었다.
이어 김강률은 이범호도 변화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정리했다. 김강률은 5-3으로 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팀의 승리를 확정짓고 세이브를 따냈다. 이는 두산의 포스트시즌 역사상 35번째 세이브로, 삼성과 최다 타이를 이루는 세이브이기도 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광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