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1 승부처] ‘보크, 실책, 홈런’ KS 1차전 지배한 6글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25 22: 09

한국시리즈 1차전은 어쩌면 단 6글자로 설명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초반에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고, 실책이 선취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홈런이 두산의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KIA도 홈런으로 추격했지만 조금 모자랐다.
두산은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3으로 이기고 한국시리즈 9연승을 내달렸다.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다소 불안불안한 와중에서도 6이닝 3실점으로 잘 막았고, 5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던 김재환 오재일의 연속타자 홈런이 터지며 승기를 잡았다. 이날의 승부처를 정리했다.
▲ 1회 - 초반 달군 보크 논란

3루에 먼저 간 팀은 KIA였다. 1회 1사 후 김주찬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것에 이어 도루로 2루에 갔다. 버나디나의 투수 앞 땅볼로 2사 3루가 됐다. 최형우도 3B-1S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여기서 니퍼트의 5구가 문제가 됐다.
니퍼트는 투구 동작에 들어간 뒤 3루 주자 김주찬을 다소 의식한 듯 보였다. 여기서 투구 동작이 흔들렸다. 몸과 공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투구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평소 니퍼트의 투구 동작과는 확연히 달랐다. 템포나 키킹 모두 그랬다. 니퍼트의 투구 순간 최형우도 이상한 기색을 감지하고 타격을 포기했다. 최형우는 보크를 확신하는 듯 했다. 하지만 최수원 주심은 그대로 볼을 선언했다.
최형우는 주심을 잠시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어필이 길지는 않았으나 다소간 억울함이 묻어났다. 3루 주자 김주찬도 코치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날 심판위원들은 아무도 보크를 지적하지 않았다. 투구 동작의 연결 과정으로 판단한 듯 했다. KIA 벤치도 특별히 강하게 항의하지는 않고 넘어갔다. 다만 보크가 타자에 대한 기만행위의 포괄적 개념이라고 봤을 때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니퍼트의 투구폼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만약 보크를 놓친 것이 맞다면, KIA는 중요한 선취점을 날린 셈이 됐다.
▲ 4회 - 두산, 안타 하나 없이 70.6%의 확률을 잡다
0-0이던 4회초 선취점이 나왔다. 안타 하나 없었다. 1사 후 호투하던 헥터의 제구가 갑자기 흔들렸다. 김재환, 오재일에게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빠른 공 위주로 카운트를 잡고자 했으나 빠지는 공이 많았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양의지의 타구가 뻗어나가지 못하며 2루 베이스 앞쪽에 떨어졌다. 양의지의 발을 고려하면 최대 병살까지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여기서 마음이 급했는지 안치홍이 한 번에 포구하지 못해 타자와 주자가 모두 살았다.
다음 타자 박세혁은 끈질긴 승부를 했다. 비록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으나 헥터에게 12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헥터도 만루가 된 상황에서 과감한 변화구 승부를 할 수 없었고 박세혁이 헥터의 진이 빠지게 했다. 결국 헥터는 오재원과의 8구째 승부에서 볼넷을 내주며 선취점을 헌납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1차전 결과에서 선취점을 낸 팀이 승리를 가져간 사례는 무려 70.6%에 이르렀다.
KBO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경기 추적 시스템에 따르면 1사까지 두산의 승리 확률은 47.1%였다. 그러나 안타 하나 없이도 확률이 야금야금 올라갔다. 김재환의 볼넷 후에는 49.9%, 오재일의 볼넷 후에는 53.6%, 안치홍의 실책 직후에는 59.9%,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 후에는 62.7%로 이날 두산은 처음으로 승리확률 60%를 넘어섰다. 안타 없이 만든 성과였다.
▲ 5회 - 두산의 홈런포, 광주를 침묵시키다
선취점을 낸 두산은 5회 헥터를 무너뜨렸다. 이번에는 홈런포가 중심에 있었다.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인 김재환 오재일이 해결사였다. 두산은 1사 2루에서 박건우의 좌전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이어 김재환이 헥터의 148㎞ 빠른 공이 높은 쪽으로 들어오자 힘차게 방망이을 돌려 우측 담장을 넘겼다. 오재일은 KO 펀치를 날렸다. 오재일 또한 헥터의 147㎞ 실투를 놓치지 않고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김재환의 홈런 뒤 승리확률은 86.4%까지 치솟았고, 오재일의 홈런이 나오자 두산의 승리확률은 90%(91.1%)를 넘어섰다. KIA는 5회말 버니다니의 추격 스리런으로 저항했지만 그래도 두산의 승리확률은 74.1%로 건재했다. 결국 두산은 KIA의 추격을 잠재우고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광주=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광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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