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1] '믿었던 헥터가…' KIA의 어긋난 마운드 밑그림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5 22: 09

KIA의 시리즈 전체 밑그림이 어긋났다. 1차전에서 '필승카드' 헥터 노에시(30)를 내세우고도 패했다. 다름아닌 헥터 본인의 고전으로 경기를 넘겨줬기에 앞으로 시리즈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KIA는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을 3-5로 패했다. 4회 2사 만루서 나온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이 결승점이었다.
KIA는 선발투수 헥터가 무너진 점이 뼈아팠다. 헥터는 6이닝 6피안타(2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4회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며 투구수가 확 늘었고, 이 후유증이 5회 거듭된 장타 허용으로 터져나왔다.

김기태 KIA 감독은 1차전 선발투수를 두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전날(24일) 공식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김 감독은 "1차전 선발투수는 헥터다. 양현종과 헥터 가운데 키 순서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너스레였지만 헥터에 대한 믿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헥터와 양현종 모두 두산 상대로 고전했다. 헥터는 5경기서 31이닝을 던지며 3승1패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4.06으로 좋지 못했다. 양현종은 2경기서 11⅔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했다. '상대전적'에서는 둘 모두 믿기 힘든 상황. 김 감독은 지난해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때와 마찬가지로 헥터를 먼저 내보냈다.
KIA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 직행한 탓에 실전 공백이 길었다. 마지막 경기는 10월 3일 수원 kt전. 이때 선발투수가 헥터였다. 헥터와 KIA 선수단 모두 21일의 공백을 딛고 경기에 나선 셈이었다.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는 투수보다 타자 쪽을 향했다. 체력을 비축한 투수진은 오히려 힘을 내는 사례가 많다. 반대로 타자들은 아무리 청백전을 치렀다고 해도 정상급 투수들 상대로 '실전용 투구'를 견디기 쉽지 않다.
막상 뚜껑을 열자 우려는 틀렸다. KIA 투수와 타자 모두 실전 감각에 문제를 드러냈다. KIA 타선은 6안타 3득점으로 아쉬웠다. 번번이 출루에 성공했지만 5회 터진 로저 버나디나의 3점포만이 체면을 살렸다.
감각 문제는 헥터도 휘감았다. 헥터는 3회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비록 2안타를 헌납했지만 빠른 템포로 두산 타자들을 공략했다. 헥터는 3회까지 단 37구만 던지며 위력을 뽐냈다.
흐름이 바뀐 건 4회. 헥터는 1사 후 김재환과 오재일에게 연이어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양의지의 땅볼 때 안치홍의 실책으로 1사 만루, 박세혁을 삼진으로 솎아냈지만 오재원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헥터는 4회에만 34구를 던졌다.
결국 5회 후유증이 불거졌다. 헥터는 내야안타와 희생번트로 1사 2루에 몰렸고 박건우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김재환(투런)과 오재일(솔로)의 백투백 홈런이 터지며 스코어는 5-0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쐐기가 박힌 순간이었다.
결국 KIA 불펜은 7회부터 투입됐다. 경기를 내주고도 불펜이 3이닝 소모했다. 단기전에서 1차전 승리의 중요성은 당연하다. 과거 34번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1차전 무승부 한 차례를 제외하면,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한 건 25번. 확률은 75.8%.
헥터가 두산 상대 고전 흐름을 바꾸지 못한 건 향후 시리즈에서도 문제다. KIA는 포스트시즌 4인 선발 시스템을 예고했다. 헥터는 5차전에도 나서야 하는 선수다. 그때도 이러한 흐름이 거듭된다면 KIA로서는 활로를 찾기 힘들다.
1차전에 앞서 차명석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아무래도 1차전은 KIA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감각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차 위원은 "KIA에게 중요한 건 지더라도 잘 지는 것이다. 승리한다면 최상이다. 대등한 경기 후 패한다면 2차전부터 유리해진다. 하지만 맥없이 졌을 때는 시리즈 전체가 위험하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모로 아쉬운 패배였다. 매번 기회를 잡았음에도 타선이 이를 놓쳤다. '잘 진 패배'는 분명 아니었다. 2차전에서 양현종이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KIA의 시리즈에는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전망이다. /ing@osen.co.kr
[사진] 광주=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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