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1] 文, 시구 공약 지켰다…만원 관중은 환호로 화답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25 18: 36

대선 공약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지켜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에 나서며 유권자들과 약속을 지켰다.
KIA와 두산은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르고 있다. 시즌 최종전까지 정규시즌 우승을 두고 살얼음판 순위 싸움을 펼쳤던 양 팀의 맞대결. 야구팬들의 이목이 모두 광주에 쏠려있다.
KBO는 전날(24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김응룡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이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에 나선다"라고 전했다. 한국시리즈 시구자 선정은 KBO의 몫이다. 정규시즌이나 여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홈팀이 시구자 선정하는 것과 딴판.

김응룡 회장의 시구는 홈팀 KIA에 의미가 컸다. 김 회장은 1983년 해태타이거즈 감독으로 부임해 2000년까지 17년간 해태의 사령탑을 역임했으며 해태 시절 9회, 삼성에서 1회 등 한국시리즈 총 10회 우승의 위업을 쌓았다.
하지만 경기 시작 전부터 장내가 술렁였다. '어쩌면 김응룡 감독 대신 문재인 대통령이 시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문 대통령 시구에 대한 추측글이 난무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한국시리즈 시구'가 오를 정도였다.
이러한 추측에는 근거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야구를 활용해 투표 독려 이벤트에 나섰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인증샷을 홈페이지에 올리고, 응원하는 야구팀을 함께 밝히는 방식이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투표 인증 1위 팀 연고지에 가서 시구를 하겠다"라고 밝혔다.
투표 인증 1위 팀은 KIA였다. 공약대로면 문 대통령은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 방문해 시구해야 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동안 공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거기에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김 회장이 나서며 '공약 불이행' 염려가 나왔다.
식전 행사가 시작되고 시구자가 소개됐다. 예측과 달리 김응룡 회장이 호명됐다. 기대가 어긋날 것 같던 순간. 장내 아나운서가 "그리고 이 분도 함께 합니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문재인!"을 외쳤다. 문 대통령은 파란색 국가대표 점퍼를 입고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마쳤다. 마운드를 내려가면서는 KIA 포수 김민식의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 챔피언스필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홈, 원정팬 할 것 없이 '문재인'을 연호했다.
2013년 한국시리즈 당시 시구에 나섰던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4년만의 'VIP 시구'였다. 1982년 프로 원년 개막전 시구에 나선 전두환 전 대통령, 1995년 故 김영삼 대통령, 2003년 올스타전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5번째.
문재인 대통령은 야구와 인연이 깊다. '야구명문' 경남중-경남고 출신으로 대학 때 야구대회에 나서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이 고양 원더스 지휘봉을 잡던 시절, 그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의 타격을 본 김성근 감독이 "하체에 힘이 없다"며 지적한 일화는 유명하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야구커뮤니티 사이트에 '인증글'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한 인연은 지난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故 최동원 감독이 선수시절이던 1988년,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할 당시 법률 자문을 도맡았던 이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약속 지킨 문재인 대통령. 박수를 보내던 KIA와 두산은 이제 본격적으로 혈전에 돌입한다. /ing@osen.co.kr
[사진] 광주=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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