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뜯어봐도 백중세’ KIA-두산, 포지션별 기상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25 13: 00

‘한국시리즈 불패’를 자랑하는 KIA의 통합 우승이냐. 아니면 한국시리즈 3연패를 통한 두산 왕조의 건설이냐.
KBO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단군매치가 25일 막을 올린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KIA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한국시리즈 무대를 기다렸다. 반면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NC를 완파하고 온 기세를 자랑한다. 정규시즌 당시 두 팀의 승차는 2경기. KIA는 전반기 승률 1위, 두산은 후반기 승률 1위였다. 포지션별로 뜯어봐도 어느 쪽의 객관적 우세를 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 선발투수 - 원투펀치 싸움, KIA 유리할까

두산은 그들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를 내세운다.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 순으로 라인업을 짰다. 여전히 강력한 라인업이다. 다만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는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한 번도 없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의견이 갈린다 “지난해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예방주사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KIA도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헥터 노에시-양현종이라는 ‘꿈의 20승 듀오’가 전면에 나선다. 팻 딘도 후반기 막판 페이스가 좋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덕에 선발 라인업 가동 경우의 수 자체는 두산보다 다소 낫다고 볼 수 있다. 정규시즌이라면 두산이 KIA 선발진에 밀릴 것이 없다. 그러나 단기전은 다르다. 1·2차전, 5·6차전에 나설 헥터-양현종이 대활약한다면 KIA가 의외로 시리즈를 편하게 풀어갈 수도 있다. 헥터-양현종의 활약 여부에 따라 매치업 승자가 갈릴 것이다.
# 불펜투수 - 불안한 KIA 뒷문, 해결사 나타날까
두산도, KIA도 선발에 비하면 불펜이 불안하다. 그러나 두산은 함덕주라는 확실한 ‘만능 키’가 있다. 마무리 김강률의 페이스도 나쁘지 않다. 이에 비해 KIA는 연결고리가 다시 허약한 점은 있다. 필승조로 나설 임창용 김세현은 충분히 쉬워 시리즈 내내 가동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선발이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중간에서 다리를 놔줄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KIA의 시리즈 키 포인트다.
다만 두산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소한 우위 정도다. 이현승의 컨디션 회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KIA는 김윤동 임창용 김세현 트리오의 활약이 관건이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임창용을 두산 타자들이 정규시즌처럼 잘 공략한다면 불펜 싸움이 싱겁게 끝날 가능성도 있다. 임창용은 올 시즌 두산전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0에 그쳤다.
# 포수 - 양의지, 허리 통증 여파 이겨낼까
포수 포지션은 전체적으로 두산의 우위다. 주전으로 나설 양의지와 김민식을 비교해도 그렇고, 백업 요원을 생각해도 그렇다. 양의지는 공·수 양면에서 리그 최고의 포수다. 큰 경기 경험도 김민식에 비해 많다. 박세혁도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양의지의 포스트시즌 통산 출전 경기는 43경기다. 이에 비해 김민식은 가을 경험 자체가 없다. 한승택도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 뛴 것이 전부다.
다만 양의지의 허리 상태가 관건이다. 양의지는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허리가 좋지 않아 4차전에 결장했다. 박세혁이 공백을 잘 메웠지만 두산은 양의지가 있을 때 기둥이 설 수 있는 팀이다.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통증이라는 점에서 변수다. 양의지의 건강이 중요하다.
# 1루수 - 오재일의 괴력, KS에서도 이어질까
오재일은 플레이오프의 히어로였다. 4차전에서 4홈런-9타점을 기록하며 KBO 포스트시즌 역사를 바꿨다. 정규시즌에서는 KIA를 상대로 약하지 않았다. 타율 3할6리, 3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김재환과 더불어 KIA 마운드를 격파할 중심타선의 좌타자다. 다만 좋은 흐름이 휴식기에 끊겼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KIA는 1루가 다소 유동적이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김주찬이 주전이다. 김주찬은 정규시즌에는 무려 1550경기에나 나간 베테랑이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을 상대로 올 시즌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만큼 기대가 모인다. 김주찬이 터지지 않으면 연결력이 급격하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KIA로서는 또 하나의 키 플레이어다.
# 2루수 - 안치홍의 펀치력, 시리즈 판도 바꿀까
두산은 오재원이 주전 2루를 지키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타격감이 그렇게 나빴다고 보기는 어렵고, 워낙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수비는 건재함을 과시했다. 다만 전반적인 타격 성적은 안치홍이 더 좋았다. 안치홍은 올해 132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21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안치홍 덕에 KIA의 2루수 공격 생산력은 리그 정상급이었다.
안치홍은 팀 내 야수 중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신인 시절이었던 2009년 7경기에 모두 나가 홈런도 하나를 치는 등 팀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에는 선배들에게 의지해 시리즈를 치렀다면, 이제는 좀 더 팀을 이끌고 가야 할 위치까지 올랐다. 베테랑 오재원에 맞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 유격수 - 두산의 불안요소, 김재호는 괜찮을까
올해 타격왕이었던 김선빈의 타격은 믿을 만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좋은 정확도를 기대할 수 있다. 발목 쪽이 다소 좋지 않았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한 것은 약이다. 김선빈이 하위타선에서 맹활약을 펼친다면 두산 마운드의 피로도를 급격하게 높일 수 있다.
두산은 유격수 포지션이 다소 불안하다. 베테랑 김재호는 여전히 어깨 부상의 여파가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 출장하지 못하고 주로 대수비로 나갔다. 수비도 수비지만, 타격감이 얼마나 돌아와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류지혁은 타격에서는 좋았으나 몇 차례 불안한 수비를 보여줬다.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다.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수비 대결도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 3루수 - 이범호 vs 허경민, 베테랑이냐 가을 사나이냐
이범호는 한화 소속이었던 2006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에 나선다. 워낙 한 방이 있는 선수고, 중요한 상황에서 강한 선수라 해결사 몫에 큰 기대감이 걸린다. 시즌 막판 수비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체력적인 문제가 컸다는 게 KIA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베테랑답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번 달아오르기 시작한 이범호는 쉽게 막기 어렵다. 두산 마운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허경민은 플레이오프에서는 조용(?)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큰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선수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얕보다가 큰 코를 다친 팀이 한둘이 아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잠잠했던 것이 오히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외야수 및 지명타자 - 최고 방망이들의 전쟁 시작됐다
가장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포지션일 수도 있다. KIA는 왼쪽부터 최형우, 로저 버나디나, 이명기 순으로 외야를 딴다. 두산은 김재환, 박건우, 민병헌 라인이다. 어느 한쪽의 우세를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쟁쟁한 타자들이 몰려 있다.
최형우와 김재환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공격 성적을 낸 좌타자들이다. 4번 타자 대결이라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모은다. 버나디나와 박건우는 공·수·주 3박자가 잘 잡힌 선수들. 각 팀의 3번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민병헌과 이명기는 나란히 리드오프에 포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올 시즌 전반적인 성적을 비교해 봤을 때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당일 컨디션이 관건이다. 상대적으로 오래 쉰 KIA 타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감을 잡아야 한다.
지명타자로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으로 전망되나 KIA는 나지완, 두산은 닉 에반스와 최주환이 번갈아가며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나지완은 올 시즌 두산에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홈런이 하나도 없다. 자존심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반스는 플레이오프에서의 상대적 부진을 만회해야 한다. 두산으로서는 에반스나 최주환이 뛸 지명타자 포지션이 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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