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이상의 활약. 그들의 뒤에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백업' 선수의 활약이 그 어느때보다 빛났다. 무엇보다 센터 라인에서 주축 선수 두 명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에서 이들을 대신해 경기에 나간 선수들은 100% 제 몫을 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우선 두산은 '수비의 핵' 유격수 자리에서 정규 시즌 부상으로 구상이 다소 어긋났다. 지난 2년 간 우승을 이끈 김재호가 정규시즌에서 당한 어깨 부상으로 몸 상태가 100%가 안됐다. 수비는 가능하지만 타격이 어려운 상황. 결국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김재호가 부상 당했을 때마다 공백을 채웠던 류지혁을 선발 유격수로 내세웠다. 류지혁은 1차전에서 많은 실책을 저지르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2차전부터는 안정을 찾으며 팀의 내야진을 든든하게 지켰다.
아울러 '안방'에서도 공백은 생겼다. 주전 포수 양의지가 허리 통증으로 3차전 1회말 수비를 마친 뒤 2회초 공격에 나서지 못하자 박세혁이 나섰다. 박세혁은 3차전 멀티 히트를 날리며 공격에서 힘이 됐고, 수비에서도 선발 보우덴과 3실점을 한 뒤 함덕주-김승회-이용찬-김명신과 무실점 호흡을 맞췄다. 4차전에서 박세혁은 투수들과 과감하게 경기를 풀어갔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류지혁과 박세혁 모두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있게 경기를 풀어갔며, 주전 못지 않은 기량을 뽐냈고, 결국 팀 승리에 웃었다. 류지혁과 박세혁의 기량이 뛰어난 부분도 있었지만, 든든한 선배의 존재는 이들이 좀 더 안심하고 뛸 수 있는 버팀목이 됐다.
류지혁은 "우리나라의 최고의 유격수가 내 뒤에서 버티고 있다. 물론 내가 나설 때와 (김)재호 형이 나갈 때는 분명히 다르다. 일단 내가 선발로 나가게 되면서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재호 형이 뒤에 있으면서 좀 더 마음을 편하게 먹고 수비에 나설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세혁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박세혁은 "나는 (양)의지 형의 3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경기에 나갈 때 뒤에 의지 형이 있어서 자신있게 할 수 있다. 국가대표 선수가 뒤에 있다는 생각에 더욱 편안하게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김재호와 양의지 모두 경기 당일까지 컨디션을 체크해봐야 선발 출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류지혁과 박세혁의 활약으로 두산은 조급하지 않게 부상 선수들의 복귀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 / bellstop@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