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감독 거취, 점점 지나가는 ‘골든타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25 06: 08

롯데 자이언츠의 장고가 거듭되고 있다. 기존의 조원우 감독과 재계약을 맺든, 아니면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든,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보면 롯데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골든타임’을 이렇게 허비하고 있다.
롯데의 2017시즌은 지난 15일,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9로 패하면서 끝났다. 정규시즌 3위로 5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랐던 롯데의 달콤한 시간도 모두 끝났다.
이후 열흘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롯데의 올해 오프시즌 현안은 산적해 있다. 일단 최우선 과제부터 해결해야 하는데 이 과제 해결부터가 지지부진하다. 현재 1군 사령탑 자리는 공백이 생긴 것과 다름없다. 2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조원우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

그런데, 롯데의 입장이 묘연하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사령탑과의 계약에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다. 롯데는 조원우 감독과의 재계약 문제에 대해서 “검토 중이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유지하고 있다. 그 사이 롯데에 새로운 감독이 올 것이라는 풍문도 잦아들지 않았다.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 자체가 의문이다. 일단, 조원우 감독은 올해 팀을 정규시즌 3위까지 이끌었다.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승 기록(80승2무62패)을 세운 감독이다. 감독 1년 차이던 지난 해에는 ‘실패’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올 시즌 전반기까지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후반기, 조원우 감독은 1년 반의 시행착오를 딛고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선수단과의 소통에 힘썼고,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또한, 이전과는 달리 끈끈한 경기력을 보이는 팀으로 탈바꿈 시켰다. 세밀함과 끈적함이 떨어졌던 전통적인 팀 컬러였는데, 최소 실책(86개)과 최다 역전승(43승)의 팀을 만들었다. 조원우 감독은 성적뿐만 아니라 롯데라는 팀이 강팀으로 거듭나게 하는 최소한의 밑거름을 만들었다.
구단은 올 시즌 전반기까지, 조원우 감독의 역량에 의구심을 품은 것이 사실이다. 후반기 성적으로 의구심이 해소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재계약 시기가 되자 다시 한 번 구단의 조원우 감독에 대한 불신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다소 아쉬운 투수진 운영에 대한 잔상이 강하게 남았다고 한들, 이전 4년의 시간 동안 롯데는 가을야구 문턱에도 가까이 가보지 못했던 팀이었다. 단기전 운영에 대한 아쉬움을 논하기에는 표본도 부족할뿐더러, 명분도 없다. 타선의 침묵, 브룩스 레일리의 부상도 같이 논해야 한다.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롯데를 5강 후보로 꼽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현재 구단이 조 감독에 의구심을 품듯, 롯데의 전력에도 물음표가 산재해 있었다. 하지만 조원우 감독만의 방식으로 이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바꿔놓았다. 조원우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성과는 드러난 상황이다.
하지만 롯데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가을야구에 실패했던 지난 4년 간 보냈던 비시즌과 다르지 않은 비시즌이다. 근래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도 롯데는 여전히 같은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 상황에서 그룹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일이 없다면 조원우 감독과 롯데는 다시 한 번 한 배를 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서로 하지 않아도 될 감정 소모가 컸다. 프런트와 현장의 불신이라는 치부가 만 천하에 드러났다. 소통과 협조를 통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도 모자랄 시기에 서로 간의 오해와 불신만 키웠다. 조원우 감독과 재계약을 맺는다고 한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현장에 냈던 생채기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편한 동거’의 기류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한국시리즈 사이, 포스트시즌 이슈가 조금은 잠잠해지는 3일의 시간 동안에도 롯데는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가 진행 중일 때 구단의 입장이 나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래저래, 롯데의 ‘골든타임’은 하염없이 지나가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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