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경기 끝내는 건 마무리 투수의 로망이다. 찌릿찌릿한 그 감정. 이번에 느껴보고 싶다".
정규시즌 1위 KIA는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플레이오프 승자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운명의 1차전 하루 앞둔 24일, 양 팀은 미디어데이 행사로 열기를 고조시켰다.
KIA 선수단은 미디어데이 이후인 오후 5시부터 챔피언스필드에서 훈련을 실시했다. 간단한 수비 훈련부터 타격, 주루 훈련들을 진행했다. 투수들 역시 간단히 루틴을 소화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클로저' 김세현 역시 땀범벅이었다. 김세현은 '포스트시즌 경험'이 유달리 적은 KIA 불펜의 믿을 구석이다. 임창용과 고효준을 제외하면 큰 경기에서 많이 던진 투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김세현은 "생각보다 포스트시즌 경험 없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후배들에게 이야기한 건 없다. 임창용 선배, 고효준 선배가 좋은 말씀 해주셨다"라고 입을 열었다.
임창용과 고효준은 김세현을 포함한 후배들에게 "즐겨야 한다. 재미있게, 하던대로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넥센 시절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등 숱한 포스트시즌 경기를 경험한 김세현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김세현은 "포스트시즌은 분명 다르다. 긴장감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그걸 극복하려고 덤비면 안 된다. 그걸 즐기면 되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주위에서 '너 긴장하고 있구나'라고 했을 때, '아니다'라고 무작정 반박하는 건 속으로 긴장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꼴이다. 그걸 즐기면 긴장도 풀리고 시합 집중도 역시 높아질 것이다". 김세현의 이야기다.
두산 타자들은 플레이오프 4경기서 팀 타율 3할5푼5리를 기록했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역대 포스트시즌 팀 타율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김세현은 경계보다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냥 '잘 치네' 이 정도 느낌이었다. NC와 우리 투수진 성향은 분명 다르다. 두산 타자들의 결과 역시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시리즈 최종전서 시리즈를 끝낸 후 포수와 포옹하는 장면. 모든 투수라면 한 번쯤 그릴 법한 대목이다. 김세현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우승 확정 순간을 많이 상상했다. 지금 기회가 왔다"라며 밝게 웃었다. 이어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마무리 투수들도 그렇고, 최종전서 세이브를 거두는 장면을 볼 때마다 찌릿찌릿했다. 3주 전 정규시즌 최종전 때는 점수 차가 너무 커서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그때 못 느낀 감동, 한국시리즈에서 느끼고 싶다"라고 각오했다.
'불펜이 약점이다'는 이야기를 시즌 내내 달고 다닌 KIA. 하지만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둡지 않았다. 김세현은 "1위 팀인데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자부심을 표했다.
그 자존심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한국시리즈에서 지켜볼 만한 흥미로운 대목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