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전 금메달을 놓쳐 너무 아쉽고 미안하네요."
양궁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금의환향했다. 대표팀은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한국 양궁은 지난 23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서 끝난 현대 세계선수권대회서 총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 등 8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관왕이 3명이나 나왔다. 임동현(청주시청)이 리커브 남자 개인전과 혼성팀전서 금메달을 땄고, 강채영(경희대)이 리커브 여자 단체전과 혼성팀전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컴파운드의 송윤수(현대모비스)는 여자 개인전과 혼성팀전서 2관왕을 달성했다.
임동현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2007년 21세의 나이에 세계선수권 2관왕을 이룬 그는 10년 만에 서른 줄을 넘겨 다시 한 번 영광을 재현했다. 임동현은 남자 단체전서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임동현은 "10년 만에 세계대회서 우승하게 돼 양궁 생활을 하면서 뜻깊은 대회였다"면서 "장비에 문제가 생겨서 컨디션 관리가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기에 좋은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좋은 성적이 나와서 기분이 좋지만 단체전 금메달을 놓쳐 너무 아쉽다"며 "단체전 금메달을 땄으면 더 좋았을 텐데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단체전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했다.
임동현은 한국 남자 양궁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2012 런던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며 단체전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시련도 있었다. 임동현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선수 생활 처음으로 찾아온 슬럼프였다.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가 지난해 리우에 가지 못하면서 쓴맛을 봤다. 난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슬럼프가 없었다. 지금껏 국가대표를 해왔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메이저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남들은 슬럼프가 아니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배운 것도 많았고 심리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올림픽 탈랏의 쓴맛을 보고 초심으로 돌아갔기에 좋은 성적으로 돌아온 것 같다."
임동현의 다음 목표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아에서는 더욱 빛을 발했던 그다. 임동현은 2002 부산 대회서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2006 도하 대회서 개인-단체 2관왕을 달성했다. 2010 광저우 대회서도 단체전 3연패의 대업을 이뤘다. 하지만 2014년 안방에서 열린 인천 대회 때는 출전이 좌절됐다.
임동현은 "아시안게임은 광저우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한국의 국가대표 선발전이 어렵기 때문에 통과한 뒤 기회가 된다면 자카르타에서 지금의 좋은 분위기와 상승세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동현의 마지막 꿈은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이다. 지금껏 수 많은 국제 대회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 시상대 꼭대기 위에 숱하게 선 그이지만 유독 올림픽 개인전 정상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어떤 선수들에겐 평생 한 번의 기회도 찾아오지 않는 게 올림픽인데 난 3번의 기회가 왔었다. 세 번 모두 실패하면서 '하늘이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생각도 했고, 준비가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까지 2~3년이 나았다. 마음 편하게 먹고 지금처럼 준비하겠다. 대표 선발전 통과가 목표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또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임동현에게 2017년은 특별한 해다. 2013년 결혼한 지 4년 만에 득남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친 임동현은 "올해 1월 아들을 낳았는데 대표 선발전과 국제 대회 때문에 가족과 시간을 못 보냈다"며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