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너무 미안했다" 류지혁의 'PS 성장기'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0.22 14: 57

"미안한 마음이 안 가시더라고요."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류지혁은 "이를 악 물고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재호가 시즌 중 어깨 부상으로 100%의 몸 상태가 안되면서, 류지혁은 주전 유격수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그러나 '의욕'은 독이 됐다. 
1차전에서 류지혁은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초반부터 실책이 나왔고, 대부분이 점수로 연결됐다. 안타를 치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는 듯했지만, 다시 아쉬운 수비에 고개를 떨궜다. 두산은 1차전을 내줬다.

2차전을 앞두고 류지혁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던 첫 가을야구 무대를 망쳤다는 생각에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격수 김재호가 선발로 나설 상황이 아니었던 만큼, 류지혁은 다시 한 번 선발 유격수로 그라운드에 섰다. 
'쓴맛'을 본 류지혁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5회말 다소 불안한 송구가 있었지만, 깊었던 타구를 잘 잡아내며 특유의 넓은 수비 범위를 보여줬다. 2차전 승리와 함께 류지혁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3차전과 4차전에서는 몸을 날리는 호수비까지 선보이며 주전 유격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 결국 두산은 2차전부터 4차전까지 내리 대승을 거두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류지혁은 그동안 안고 있던 마음고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류지혁은 "1차전을 마치고 정말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팀에 미안했고, 팬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사실 내가 빠지고 (김)재호 형이 나갔으면 우리 팀이 더 잘 됐을 것이고, 팬들도 그것을 원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1차전과 2차전에서의 아쉬운 수비를 보여줬던 것이 남아 있어서 시리즈 내내 미안함을 안고 경기를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1차전과 2차전에서 아쉬운 수비를 보여줬던 것이 남아있어서 시리즈 내내 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한 것 같다"라며 "아마 우승을 해야 조금은 미안함이 사라질 것 같다"고 밝혔다.
류지혁이 의기소침해지자,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잘해줬다. (류)지혁이 덕분에 2위에 올랐다. 한 경기를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류)지혁이는 두산의 미래인 선수"라고 힘을 실어줬다. 이어서 김 감독은 "(류)지혁이는 실수하고, 경기에서 위축되는 선수가 아니다. 오히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 뻔뻔하기까지 하다. 선수들은 그런 모습이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했다.
김태형 감독 외에도 선배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김재호는 "후회 없이 하라고 했다. 이 경기 즐기는 경기인데, 처음으로 큰 경기를 하면 후회는 남을 것이다. 벌벌 떨면서 후회하느니 자신있게 한 뒤에 후회하라고 했다"며 "당당하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류지혁에게 조언을 해줬다.
'룸메이트' 박건우 역시 "지혁이가 정말 팀에 많이 미안해했다"라며 "지혁이게 '앞으로 더 많은 실수를 하고, 안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많다. 앞으로 실수를 해도 오늘만큼의 큰 경기는 아닐테니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고 기운을 복돋아 줬다.
류지혁은 "1차전 실수로 공을 무서워하거나 야구적으로 흔들렸던 부분은 크게 없었다. 다만 정말 팀과 팬에게 미안했던 마음이 너무 컸다"라며 "형들의 한 마디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정말 힘이 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내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오히려 긴장도 많이하고 마음대로 안됐다"라며 "괜히 경험이 중요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재호 형, (오)재원이 형에게 찾아가서 정말 대단하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오는 25일부터 광주챔피언스필드에서 KIA와 7전 4선승제로 정상 다툼을 펼친다. 아직 김재호의 100%로 올라오지 않은 만큼, 한국시리즈에서 류지혁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전망이다. 류지혁은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겠다. 너무 힘이 들어가지도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들어가려고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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