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강점은 선발진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엔트리의 투수를 단 6명만 경기에 출전하고 끝냈다. 2015시즌에도 니퍼트와 장원준 원투 펀치의 완벽투로 플레이오프를 통과, 한국시리즈에서 도박게이트로 자멸한 삼성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1~4차전 선발을 사실상 공개했다. 니퍼트-장원준-보우덴-유희관의 지그재그. 지난해 한국시리즈 1~4차전 선발 순서와 똑같다. 그만큼 자신감이다.
그러나 철석같이 믿었던 니퍼트-장원준 원투 펀치는 기대에 어긋났다. NC 타자들은 놀라운 집중력과 장타력으로 1차전 5회까지 6-5 리드, 2차전 5회까지 6-4로 앞서 나갔다. 자칫했으면 두산은 안방에서 2연패,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 뻔 했다.
니퍼트는 비록 실책들이 빌미가 돼 실점이 늘어났지만, 4회부터 직구 구위가 떨어지는 모습이 확연했다. 그러나 계속 마운드를 지켰고, 스크럭스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5⅓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6실점(5자책). 결국 패전 투수가 됐다.
후반기 부진했던 니퍼트를 향해 "에이스는 니퍼트"라는 굳은 믿음을 보낸 김태형 감독은 5회까지 6실점한 니퍼터를 6회에도 마운드에 올렸고, 1사 1,2루 위기에서야 강판시켰다. 함덕주가 올라와 추가 실점을 막은 것이 다행이었다.
2차전 장원준도 예상외로 NC 타자들에게 고전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니퍼트는 힘이 빠지면 하이패스트볼이 치기 좋게 가운데로 들어오지만, 장원준의 공은 존 안팎으로 낮게 낮게 들어와 치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장원준은 2회 홈런 2방을 얻어맞더니 5회 나성범에게 투런 홈런을 맞아 6실점까지 허용했다. 장원준도 5⅓이닝 10피안타(3피홈런) 1볼넷 1탈삼진 6실점(5자책)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니퍼트는 100구, 장원준은 96구를 던졌다. 김 감독은 선발이 부진하더라도 90~100구 정도, 던질 수 있을 때까지 맡기는 편이다. 단기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2년간 그랬다. 그렇게 뚝심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야구는 시시각각 변한다. 단기전 선발이 최대한 길게 던져주면 좋겠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선 유달리 3번째 타순이 돌면서 빅이닝이 나오기도 한다.
김경문 NC 감독은 “타순이 3바퀴 째 돌아왔을 때 선발 투수를 교체해야 할지 고민을 한다. 이때 흐름이 바뀌는 경우가 많고, 이 고비를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철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를 보니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잘 던지던 다르빗슈가 80구 넘어가자 여지없이 교체하더라"고 말했다. 천하의 커쇼도 NLCS 1차전 5이닝(87구, 2실점)만 던지고 내려왔다.
니퍼트와 장원준은 3번째 타순에 결정적인 실점을 하며 6점까지 허용했다. 선발 야구도 좋지만 불펜 운영 등 플랜B도 대비해야 한다. 2차전 NC 불펜이 무너진 덕분에 타선이 터지면서 승리했지만, 선발 교체는 타이밍이 늦은 측면도 있었다. NC전 피홈런이 하나도 없던 장원준이 1경기 3피홈런을 허용한 뒤에 교체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두산의 불펜이 질적, 양적으로 좋아졌다는 평가다. 김강률이 마무리로 성장했고, 이용찬과 베테랑 이현승, 신예 김명신이 앞에 있다. 5선발 함덕주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의 히든카드로 뛴다. 선발이 초반 흔들리면 롱릴리프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김태형 감독은 불펜 투입 보다는 선발을 최대한 끌고 가고 있다. 어느 정도 점수를 주더라도, 선발과 타선을 믿는 전략이다.
3~4차전 보우덴과 유희관이 선발이다. 지난해 '판타스틱4'처럼 잘 던진다면 좋겠지만, 초반 위기가 온다면 플랜B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두산 선발은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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