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유니폼이 완전히 젖었다. 댈러스 카이클(29·휴스턴)이 '뉴욕 양키스 킬러' 자존심을 완전히 구기며 무너졌다.
휴스턴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의 양키 스타디움서 열린 양키스와 '2017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을 0-5로 패했다. 타선이 양키스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에게 꽁꽁 묶인 것이 패인. 다나카는 이날 7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며 3피안타 무실점 짠물투를 선보였다.
반면, 휴스턴 선발투수였던 카이클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에 이어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오른 그는 4⅔이닝 7피안타 1볼넷 8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 팀은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7전4선승제의 시리즈에서 5차전의 중요성은 수 차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양 팀은 나란히 1차전 선발투수였던 카이클-다나카 카드를 꺼내들었다.
카이클은 올 시즌 23경기에 선발등판해 145⅔이닝을 소화하며 14승5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했다. '커리어하이'였던 2015년 버금가는 호투가 이어졌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강세는 뚜렷했다. 카이클은 보스턴과 디비전시리즈에서 5⅔이닝 1실점으로 예열을 마쳤다. 양키스와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서는 7이닝 4피안타 무실점 짠물투.
거기에 양키스 상대 우위도 카이클 향한 기대를 부채질했다. 카이클은 커리어 통산 양키스 상대 6경기서 44⅔이닝을 소화하며 4승2패, 평균자책점 1.41을 기록했다. 경기당 7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 3경기 이상 등판한 팀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성적이었다. 앞선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을 포함한다면 통산 7경기 평균자책점은 1.22에 달했다. 양키 스타디움서도 4경기서 3승1패, 평균자책점 1.61로 좋았기에 여러 모로 기대를 받은 카이클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자 카이클은 양키스 타선에 공략당했다. 정확히 말하면, 기대했던 모습은 1회까지만 나왔다. 2회부터 선취점을 빼앗기며 고전했다. 카이클은 2사 후 스탈린 카스트로에게 2루타, 그렉 버드에게 우전 안타로 허무하게 한 점을 빼앗겼다. 3회에도 1사 2루서 애런 저지의 좌전 2루타로 1실점 추가.
4회를 삼자범퇴 이닝으로 만들었지만 5회를 채우지 못했다. 카이클은 1사 후 원 히트 원 에러로 주자를 2루에 보냈다. 후속 브렛 가드너를 땅볼 처리하며 2사 2루를 만들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저지에게 볼넷을 내주며 다시 흔들렸고, 게리 산체스와 디디 그레고리우스에게 연이어 1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스코어 0-4. 결국 휴스턴 벤치는 그를 일찌감치 내릴 수밖에 없었다.
휴스턴은 1~2선발 카이클-저스틴 벌랜더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현실이다. 바꿔 말하면, 카이클과 벌랜더가 나서는 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카이클의 고전으로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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