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경험으로 쑥쑥, ‘제로의 가을’ 보내는 이민호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19 10: 00

경험과 함께 쑥숙 돋아난 발톱이 이제는 그 누구도 무시 못 하게 됐다. ‘아기 공룡’일줄만 알았던 NC 다이노스 이민호(24)는 어느덧 가을을 즐기며, 제로의 영역을 누비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NC는 철저한 불펜 야구를 펼치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불펜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고 있지만 불펜전으로 승부를 펼치겠다는 ‘독한 야구’는 변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김경문 감독의 불펜 승부수를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있는 선수가 대표적으로 이민호다.
이민호는 NC의 가을야구에서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다.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총 8경기를 치른 가운데 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 중이다(9이닝 무실점).

원종현이 지쳐가고 김진성의 컨디션이 물음표인 상황에서 이민호는 그 부담을 나눠가짐은 물로 책임을 떠안으면서 승부처마다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의 이민호에 대한 믿음도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이민호에게도 어느덧 4번째 가을야구다. 특히 지난 2015~2016년 플레이오프에서 7경기(11⅓ 이닝) 동안 1실점 밖에 기록하지 않았다. 평균자책점은 0.79였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도 3⅔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젠 가을이 익숙해진 이민호가 올해는 ‘제로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이전과 달리 경험치도 두둑히 쌓였다. 이민호는 “경기를 치르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지금은 내가 등판하는 상황을 좀 더 읽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면서 “힘 있게 밀어붙여야 할 때는 힘 있게 던지고, 맞춰 잡는 상황이 될 때는 맞춰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하며 경험으로 인해 달라진 부분을 알려줬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를수록 이민호를 비롯한 불펜진의 투입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등판 시기에 대한 불안정성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민호는 “생소하지는 않다. 이미 정규시즌때도 많이 해봤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은 길게 보고 풀어가는 경기가 아니다”면서 “불펜 모두가 하나로 뭉쳐서 하다 보니 조기에 투입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내가 등판해야 하는 상황에 등판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의 가장 아래 단계부터 올라오고 있는 NC이기에 지금의 불펜 야구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민호는 이에 대해 “부담은 없다. 어차피 우리는 아래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보다 상대 팀에 더 긴장될 것이다. 상대 팀이 더 쫓기는 상황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NC의 현재 모토는 ‘즐기자’다. 지난 3년의 경험이 NC에 여유를 물들게 했다. 불펜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민호는 “불펜 형들과 딱히 얘기를 나누는 것은 없지만, 적당히 긴장하면서 편하게 하자, 즐기면서 하자는 마음은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지난 2년 간 두산을 상대로 가을야구에서 좌절했다. 2015년 플레이오프,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가로막혔다. 이민호도 과거의 기억을 잊고 두산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싶다. 결과는 당연히 승리다. “3년 째 두산을 만나는데, 기분 좋게 끝나지 않았다. 두산을 잡고 싶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면서 작년 만큼 허망하게 두산과의 시리즈를 끝내고 싶지 않다. 힘 있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던지면서 (김)태군이 형의 리드를 믿고 던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는 것이 이민호의 각오다.
그리고 이민호는 언제든 출격 준비를 하며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겠다는 각오를 덧붙였다. 그는 “나갈 수 있으면 모든 경기에 다 나가고 싶다. 언제든지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할 것이다”고 힘주어 말하며 포스트시즌에서 필승을 다시 한 번 다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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