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김경문의 측은지심, 나성범은 스스로 극복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19 06: 06

“정규시즌 때 잘했다가 큰 경기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지난해 그런 것이 나성범이다.”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정규시즌 레이스에서는 타선의 중심 역할을 했다가, 가을 야구에서 쉽게 풀리지 않았던 나성범에 측은지심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해 나성범은 정규시즌 타율 3할9리 22홈런 113타점 116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잘 맞은 타구는 야수 정면이나 호수비에 걸리는 등 운도 지독하게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1-1로 맞선 연장 11회 2사 1,2루에서 우중간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지만 LG 중견수 안익훈의 슈퍼 캐치에 잡힌 것은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당시 나성범은 아웃 당한 뒤 헬멧을 강하게 바닥에 내리치며 속마음을 대변한 바 있다. 어찌나 강하게 내리쳤는지 헬멧에는 금이 갔고, 그 금을 바라보며 반전을 노렸지만 결국 좌절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도합 32타수 5안타 타율 1할5푼6리에 머물렀다.

“그 어느 때보다 준비를 많이 했을 것”이라는 말로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나성범이 다를 것이라고 예견했던 김경문 감독이다. 김 감독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예견과 바람은 모두 적중하고 있다. 나성범은 지난 3년의 포스트시즌보다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출발이 산뜻했다.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1회말 첫 번째 타석에서 승기를 가져오는 선제 결승 3점포로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날 홈런 포함해 2루타 2방 등 3안타 3타점 활약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MVP에 올랐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고비마다 적시타와 홈런을 때려내며 시리즈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 전적 1승1패로 맞서던 3차전, 5-4 살얼음판 리드를 잡고 있던 5회말, 나성범은 달아나는 투런포를 때려내며 팀에 안정을 가져다줬고, 팀은 13-5 완승을 거뒀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할4리(23타수 7안타) 1홈런 5타점 4득점 활약을 펼치고 플레이오프를 맞이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나성범은 스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왜 김경문 감독이 고비를 극복하고 정상궤도를 찾기를 바랐는지 알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 팀은 불펜진의 난조로 7-17로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4-4로 맞서던 5회초, 두산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리드를 다시 가져오는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나성범은 다시 한 번 경기의 주역으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지만 팀의 패배로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매 시리즈마다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결정적인 순간에 모두 자신의 이름이 드러날 정도의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가을야구에서의 부진은 완전히 극복해냈다. 김경문 감독이 안쓰럽게 바라보던 그 나성범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나성범으 이렇게 스스로 자신에게 안겨진 부담감을 극복해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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