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의 대표적인 추세는 ‘불펜 야구’다. 에이스가 마운드에 있다 하더라도 투수 교체 타이밍이 빨라졌다. 불펜 에이스들에게 좀 더 힘을 주는 흐름이 뚜렷하게 감지된다. 지난해 클리블랜드는 테리 프랑코나 감독의 변화무쌍한 교체 용병술에 힘입어 월드시리즈까지 내달렸다.
올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팀들이 ‘퀵후크’나 ‘조기 교체’ 승부수를 띄운다. 그 와중에 선발투수들의 소화이닝은 더 줄어들고 있고, 여기에 활약상도 저조하다. 기대를 모았던 몇몇 선발투수들이 초라한 성적과 함께 마운드를 내려가는 경우가 흔했다. 하지만 휴스턴은 다르다. 확실한 원투펀치의 활약이 월드시리즈행을 재촉 중이다.
댈러스 카이클과 저스틴 벌랜더라는 두 기둥이 주인공이다. 두 선수는 뉴욕 양키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1·2차전에 차례로 선발 출격해 호투를 선보였다. 1차전 선발이었던 카이클은 상대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와의 치열한 투수전에서 웃었다.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챙겼다. 2차전 선발 벌랜더 또한 9이닝 5피안타 13탈삼진 1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팀의 승리도 기뻤지만 진기록도 세웠다. 카이클과 벌랜더는 2경기 연속 10탈삼진 이상을 기록하며 승리를 따낸 듀오였다. ESPN에 따르면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역사상 시리즈 1·2차전에서 이런 기록이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1965년 월드시리즈 당시 돈 드라이스데일(4차전), 샌디 쿠팩스(5차전)가 같은 기록을 세웠지만 1·2차전은 아니었다. 2013년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당시 아니발 산체스(1차전), 저스틴 벌랜더(5차전)도 비슷한 여건이었지만 연속 경기는 아니었다. 카이클과 벌랜더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일은 달랐다. 카이클은 완벽한 제구를 뽐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걸치는 변형 패스트볼로 양키스 타자들을 잠재웠다. 벌랜더는 전형적인 힘의 승리였다. 최근 몇 년간 패스트볼 구속이 떨어져 고전했던 벌랜더는 이날 변함없이 싱싱한 어깨를 뽐냈다. 9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6마일을 넘길 정도였다. 오히려 1회 평균구속보다 더 빨랐을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양키스 타선을 막아냈다.
불펜 야구가 득세하고 있지만 포스트시즌도 꽤 장기 레이스다. 월드시리즈까지 생각하면 불펜 투수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카이클과 벌랜더라는 확실한 원투펀치를 보유한 휴스턴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기량이 증명된 선수들임은 물론, 포스트시즌에서도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벌랜더는 가을에 강한 선수다. 통산 포스트시즌 선발 출전이 18경기에 이른다. 10승5패 평균자책점 3.18의 좋은 성적을 냈다. 올해도 3경기(선발 2경기)에서 3전 전승, 평균자책점 2.04의 호투다. 선발로 나선 두 경기에서는 모두 빼어난 피칭을 했다. 카이클도 통산 포스트시즌 5경기(선발 4경기)에서 4승 평균자책점 1.69로 아직 패배를 모르는 선수다. 두 선수는 5·6차전에 다시 나설 수 있다. 반대로 양키스로서는 두 선수를 넘지 못하면 월드시리즈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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