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야구도 이호준 처럼! 가슴 뭉클한 보너스 게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16 06: 05

최고령 타자의 상징성만으로 경기에 나서는 게 아니다. NC 이호준(41)은 여전히 팀 전력에 큰 알파다.
NC는 15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9-0으로 승리했다. 0의 균형이 이어지던 5회, 5안타 4볼넷을 집중시키며 롯데 마운드를 폭격했다.
롯데는 5회 마운드에 박세웅과 조정훈, 이명우가 차례로 올랐지만 한 번 불 붙은 NC 타선을 쉽사리 잠재우지 못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이호준은 승부의 추를 순식간에 기우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첫 두 타석에서만 해도 땅볼에 그쳤다. 재비어 스크럭스의 적시타로 NC가 1-0으로 앞선 5회 무사 1·3루, 이호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호준은 볼카운트 2B-2S에서 기술적인 스윙으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조정훈의 포크볼에 스윙 폼이 완전히 무너졌음에도 바깥쪽 공을 툭 갖다맞혔다. 타구는 중견수 앞까지 향하며 3루주자 나성범이 홈을 밟았다. 스코어 2-0. 이때 물꼬를 확실히 튼 NC 타선은 이후에 5점을 추가, 롯데를 그로기 상태로 만들었다. NC는 5차전 9-0 완승으로 두산과 플레이오프 맞상대로 정해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호준은 "계속 포크볼을 노리고 있었다. 조정훈의 포크볼은 밀려들어오는 것과, 떨어지는 공이 왔다. 전자를 예상했는데 후자가 들어와서 가볍게 맞혔다. 중심에 맞아 다행이었다"라며 "이게 노련미 아니겠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은퇴 시즌이 지속되는 것. 이호준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시즌 종료 후 은퇴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올 정규시즌, 그는 77경기서 타율 2할9푼9리(164타수 49안타), 7홈런, 36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말미 은퇴식도 선언했지만 포스트시즌이 남아있었다.
그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기록 대잔치다. 이호준은 지난 5일 SK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선발출장하며 포스트시즌 타자 최고령 출장 기록을 갈아치웠다. 당시 나이는 41세7개월27일. 종전 기록은 이종범(당시 KIA, 41세1개월27일)이 2011년 10월 12일 SK와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출장하며 만든 바 있다.
준플레이오프로 무대를 옮겨도 기록 행진은 여전했다. 이호준은 1~2차전에 대타로 출장하며 자신의 기록을 연일 늘렸다. 타석 결과는 모두 무안타. 김경문 NC 감독의 신뢰는 여전히 두터웠다. 김 감독은 "비록 범타에 그쳤지만 타격감 자체는 괜찮다"라며 "결정적인 순간에 해줄 것이다"라는 믿음를 보냈다.
이호준은 "지금 나에게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게임이다. 매 경기 매 타석이 즐겁고도 뭉클하다"라고 밝혔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경기와 달리 '어쩌면 마지막 타석', '어쩌면 마지막 경기'라는 불안감 속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불확실한 상황은 이호준에게 뭉클함과 즐거움을 고루 안겨주고 있다.
그는 "선배 얼굴 오래 보고 싶으면 꼭 이기자"라고 후배들에게 독려했다. 유쾌함 넘치는 이호준다운 발언이었다. 그러다보니 결과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호준의 야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플레이오프 발걸음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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