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은 결국 김성근식 투수운용이 정답인 것일까.
2017 KBO 포스트시즌이 승부처 투수 교체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야구에서 가장 어렵다는 것이 투수 교체라고 한다. 결과론으로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쉽지만, 그 결정까지 과정에서 벤치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사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레이스인 정규시즌과 달리 한두 경기에 의해 판세가 갈리는 포스트시즌 단기전에선 빠르고 과감한 투수 교체가 필수로 여겨진다. 정규시즌에도 단기전처럼 총력의 투수를 가용한 김성근 전 한화 감독의 운용법이 단기전에선 최고의 필승법이기도 하다.
NC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9 무기력한 완패를 당한 롯데는 5회 투수 교체 실패로 한순간에 자멸했다. 5회에만 대거 7실점했고, 그 과정에서 두 번의 투수 교체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교체 타이밍이나 등판 순서가 롯데 벤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선발투수 박세웅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4회부터 볼이 조금씩 뜨기 시작했다. 결국 5회 첫 타자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줬고, 그제야 롯데 불펜이 움직였다. 조정훈이 급하게 몸을 푸는 사이 박세웅은 나성범에게 우측 안타, 재비어 스크럭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내줬다.
박세웅이 투구수 85개에서 내려간 뒤 조정훈이 올라왔으나 제구가 되지 않았다. 볼넷만 3개를 허용했고, 안타와 희생타까지 1개씩 더해 4실점했다. 좌타자 박민우-나성범 타석에 좌완 이명우를 투입했지만, 연속 안타로 결국 7실점까지 번졌다. 롯데가 가진 최고 무기인 마무리 손승락은 등판 기회마저 없었다.
5차전 총력전 의지를 보였던 롯데 조원우 감독은 경기 후 "박세웅이 5회까지 던져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실점 전까진 내리지 않을 생각이었다"며 "5회가 승부처라고 생각했고, 조정훈이 막아줄 것이라 믿었다. 상황이 안 좋아졌고, 이명우 투입도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투수 교체의 실패를 인정했다.
이에 앞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SK가 안이한 투수 교체로 조기 탈락했다. 지면 탈락인 경기에서 SK는 에이스 메릴 켈리가 6실점을 할 때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결국 3회 2사 1·3루에서 켈리를 내리고 백인식을 올렸지만 승계주자 2명이 추가로 홈에 들어오며 2-8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결국 5-10 SK의 맥 빠진 패배. 선발을 너무 믿은 나머지 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반면 와일드카드에 이어 준플레이오프까지 승리한 NC 김경문 감독은 과감한 투수 교체로 호흡을 짧고 굵게 가져간다. 제프 맨쉽은 와일드카드 1차전, 준플레이오프 3차전 모두 4이닝 투구로 퀵후크 강판됐으며 필승맨 원종현은 6경기 모두 개근했다. 4차전은 에릭 해커의 의견에 따라 아끼긴 했지만, 원종현을 5회 투입할 만큼 과감한 승부수를 걸엇다. 4차전 결과는 안 좋았으나 1경기 여유가 있었고, 아껴놓은 해커가 5차전 승리로 만회했다. 투수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지만 다음이 없는 승부에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