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5] 조원우의 5회 선택, 박진형이 아닌 조정훈이었을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15 18: 23

결과론이지만, 선택의 아쉬움이 남은 5회초였다. 5회초 무려 7실점의 빅이닝을 헌납했다. 결국 경기를 뒤집을 수도, 그리고 시리즈 대역전의 희망도, 그리고 5년 만에 맞이한 가을의 꿈까지 모두 물거품이 됐다.
롯데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0-9로 완패를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시리즈 전적 2승3패를 기록하며 준플레이오프 선점이라는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1승2패로 뒤진 상황에서 4차전을 완승으로 마무리 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되살린 롯데였다. 홈에서 치르는 마지막 5차전이었고, 타선 역시 4차전을 기점으로 살아나며 롯데는 꿈을 꿀 수 있었다.

롯데는 박세웅을 선발로 내세웠고 NC의 에릭 해커를 상대해야 했다. 4회까지는 0-0의 팽팽한 승부였다. 그러나 팽팽하게 유지됐던 균형의 줄은 5회초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 결과론적이지만 5회초 무사 1,2루에서 스크럭스에 적시타를 허용한 뒤 0-1로 뒤진 무사 1,3루에서 선발 박세웅을 내리고 조정훈을 올린 것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그에 앞서 1차적으로 4회까지 무실점한 선발 박세웅을 너무 믿었다. 4회 이미 구위가 흔들렸는데, 5회 3타자를 출루시키고 실점하기까지 기다렸다. 
조원우 감독은 경기 전, “내일이 없는 경기다. 필승조들이 조기에 투입돼 긴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는 말로 총력전을 예고했다. 조정훈, 박진형 등이 5회 이전에도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미 지난 9일 끝난 2차전 이후 5일의 휴식을 취했기에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었다.
결국 조정훈으로 투수를 교체했는데, 이 선택이 결국 최악의 한 수가 됐다. 조정훈은 첫 타자 모창민에 볼넷을 내준 뒤 무사 만루에서 이호준에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추가 실점했다. 권희동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해 홈에서 주자를 잡아냈지만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손시헌에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3실점 째를 기록했다.
이후 김태군에 볼넷을 내주며 다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김준완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0-4까지 벌어진 뒤, 이명우와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미 분위기는 넘어간 상황에서 좌타자 박민우와 나성범을 상대하기 위해 올라온 이명우는 박민우와 나성범에 연속 적시타를 얻어맞으면서 5회에만 7점을 내주고 말았다.
여기서 롯데는 왜 박진형 대신 조정훈을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다가온다. “박진형과 조정훈 가운데 상대 매치업에 따라 어떤 선수를 먼저 내보낼 것인지 결정한 것이다”고 말한 조원우 감독이었다. 그동안 박진형이 먼저 등판한 뒤 조정훈이 마무리 손승락 앞에 올라오는 패턴이었는데, 이 패턴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
상황을 복기해보면 후속 투수는 모창민-이호준-권희동-손시헌-김태군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선을 상대 해야 했다. 일단 조정훈은 정규시즌 이들과 상대 전적이 없었다. 박진형은 정규시즌 모창민과 5타수 1안타를 기록, 강점을 보였지만 권희동에 5타수 2안타, 손시헌에 2타수 1안타 등을 기록하고 있었다.
대신 조정훈이 지난 준플레이오프 2차전, 모창민, 이호준, 권희동을 무사히 틀어막았다는 기록이 있었다. 지난 2차전의 기억이 롯데 벤치에서 떠올랐기에 조정훈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조정훈이 충분히 몸을 풀 시간이 없었다는 것.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이었기에 긴장감 속에 1회부터 전력투구를 했던 선발 박세웅은 조금씩 구위가 떨어지고, 포크볼의 떨어지는 각도도 무뎌지고 있었다.
조정훈은 5회가 되어서야 겨우 몸을 풀기 시작했다. 몸을 푸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조정훈이었는데, 조정훈을 내기 위해서는 5회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불펜을 준비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역시 벤치의 판단이 기민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결국 순간 선택의 문제들이 계속해서 확장되면서 롯데는 파장을 수습하지 못했다. 결국 5년 만에 맞이한 가을 야구는 부슬비 속에서 마무리 되어야만 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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