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깜짝 방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진행하는 행사 중 하나인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해 영화 전공 대학생들과 영화계 관계자들을 만났다. 현직 대통령이 BIFF의 공식행사인 GV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방문으로 3년 연속 영화단체 보이콧과 김동호 이사장·강수연 집해위원장 사퇴 등 각종 위기를 겪고 있는 BIFF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이른바 블랙리스트라는 수치를 겪은 영화 문화계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5년 BIFF 특별지원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예산 지원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을 정도로 문화예술계 전반에 관심이 높다.
지난 2015년 세월호 참사의 의문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2014)의 상영 금지로 촉발된 영화계의 갈등, 영진위 지원금 삭감,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 등 일련의 사건들이 2년 동안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난 정권에서는 반대 진영 예술인들의 리스트들을 뽑아놓고 차별 대우하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불거져 논란이 커졌다.
올해는 영화프로듀서조합을 제외하고 영화산업노조 및 촬영감독조합, 감독조합이 보이콧을 유지 중이나 현재 상영작의 감독들은 해운대 비프빌리지 오픈토크에 참석하기도 했다. 부산시 측의 지속적인 설득과 급감했던 관람객 회복에도 공을 들였기에 점차 나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2016)를 관객들과 함께 관람한 후 주연배우 공효진과 엄지원과 함께 관객들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영화 상영 전후로 영화과 전공 대학생들 및 부산국제영화제 측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블랙리스트 척결, BIFF 정상화, 더 나아가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일이 무엇인지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의 방문은 이날 아침이 돼서야 알려졌기에 뒤늦게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서 소식을 접한 관객들이 상영관 입구부터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앞까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BIFF는 부산시 측이 지난 2015년 진행된 BIFF에서 ‘다이빙 벨'의 상영을 반대한 것을 계기로 영화인들과 부산시와의 갈등이 커져 올해까지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는 신성일, 안성기, 장동건, 이병헌, 손예진, 문소리 등 스타들의 방문으로 분위기가 살아나긴 했지만 예년에 비해 부산시민들과 영화인들의 관심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날 문대통령의 방문으로 다시 BIFF가 활기를 띨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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