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있는 절약. 이제 그 결과가 담긴 영수증을 확인할 차례다. '그레잇'과 '스튜핏'의 희비가 엇갈릴 운명의 5차전이다. 롯데와 NC 중 한 팀의 가을은 이날 저문다.
롯데와 NC는 15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다. 앞선 4경기서 2승2패로 우위를 가리지 못한 상황. 결국 단판 승부와 다름없는 5차전에서 양 팀의 희비가 갈린다.
앞선 네 경기는 '절약 시리즈'로 요약 가능하다. 롯데와 NC는 나름의 이유로 마운드를 아껴왔다. 자연히 5차전 총력전이 가능한 상황. '올인'의 혈전이 예고된다.
# 불펜 아낀 롯데, '막내' 박세웅 뒤도 든든하다
롯데가 절약한 건 불펜이다. 시리즈 초반만 해도 롯데 불펜의 과부하가 염려됐다. 롯데는 1차전 연장 혈투 속 필승조는 물론 대부분의 불펜을 소진했다. 연장 11회 대거 7실점으로 2-9 완패, 소득이 없는 출혈이었다.
롯데 필승조는 2차전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선발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6회 강판한 상황. 조정훈-박진형-손승락으로 꾸려진 필승조는 합계 3⅔이닝을 지우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1~2차전 합해 조정훈은 45구, 박진형은 42구, 손승락은 49구를 던졌다.
이동일 하루 휴식 후 3차전. 롯데는 선발투수 송승준이 3이닝 5실점으로 조기 강판하자 추격조를 투입했다. 이튿날 예정됐던 4차전이 우천 연기되며 하루를 더 벌었다. 13일 4차전서는 조쉬 린드블럼의 8이닝 역투로 9회 박진형만이 등판했다.
2차전까지 투혼을 불사른 롯데 필승조는 4일의 휴식을 취했다. 정규시즌에서도 필승조가 4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경우는 잦지 않다. 자연히 총력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롯데 필승조의 장점은 단순히 '1이닝용 투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조원우 감독도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 필승조로 최대 4~5이닝까지는 막을 수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조 감독은 14일 훈련 중 "필승조 조기 투입도 가능하다"며 올인의 각오를 내비쳤다.
# 해커 아낀 NC, '달의 믿음'을 증명할 차례
NC는 5차전 선발투수 에릭 해커를 아꼈다. NC는 11일 3차전 13-6 승리로 시리즈 2승1패 우위를 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NC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해보였다. 당장의 전적뿐 아니라 분위기 자체가 NC 쪽으로 기운 듯했다.
그러나 하늘이 변수를 뿌렸다. 당초 4차전이 열릴 예정이던 12일 창원 지역에는 오전부터 빗줄기가 내렸다. 비는 경기 시작에 임박할수록 강해졌고 결국 우천 연기가 결정됐다. 롯데로서는 완패 분위기를 씻은 셈. 바꿔 말하면, NC로서는 롯데를 압박할 찬스가 날아갔다.
롯데는 4차전 선발투수를 박세웅에서 조쉬 린드블럼으로 바꿨다. 1차전 선발투수였던 린드블럼의 4일 휴식 후 등판. 반면 NC는 최금강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 린드블럼이 8이닝 1실점 괴력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4차전 1-7 완패. 이동일인 14일 훈련을 지켜보던 김경문 NC 감독도 "통계적으로 살펴봐도 우천 연기로 수혜를 입는 팀은 분위기가 안 좋은 쪽이다"라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해커가 6일 휴식을 취한 후 넉넉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물론 플레이오프를 생각한다면 해커 카드를 준플레이오프에서 꺼내드는 건 못내 아쉽다. 하지만 당장 준플레이오프 통과가 급한 불이다. 김경문 감독은 "1군 첫해부터 함께한 투수다. 야수들도 '우리가 몇 점만 내면 해커가 지켜줄 것이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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