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노진혁의 오답노트, 2018 주전 자리 예약한 비결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12 06: 24

김경문 NC 감독의 안목이 또 한 명의 원석을 발굴했다. 노진혁은 2018 NC의 1군 한자리를 찜했다. 비결은 오답노트였다.
NC는 11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13-6으로 승리했다. 장단 13안타로 롯데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선발투수 제프 맨쉽의 4이닝 조기 강판에도 웃을 수 있던 이유다.
승부의 흐름을 바꾼 건 의외의 지점이었다. 새옹지마, 혹은 전화위복이라는 표현이 적당했다. 이날 6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출장한 박석민은 경기 초반 연거푸 실책성 플레이를 범했다. 기록된 실책은 하나였지만 박석민으로 인해 맨쉽의 투구수가 20개 가까이 늘었다. 아울러 비자책 2실점도 떠안았다.

김경문 NC 감독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 감독은 3회 수비부터 노진혁을 투입했다. 수비야 괜찮은 선수였지만 6번타순을 생각하면 다소 이른 시점의 선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노진혁은 완전히 반전을 선보였다. 3회 첫 타석부터 투런포를 터뜨렸다.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노진혁은 이후 두 타석에서 모두 2사 후 안타를 때려내 불씨를 살렸다. 그리고 후속타가 터지며 매 타석 득점. 12-6으로 앞선 8회에는 2사 후 솔로포를 때려냈다. 이날 경기 시작과 끝을 스스로 만들어낸 것.
경기 후 김경문 NC 감독은 "대타로 내보낸 선수들이 모두 좋은 활약을 해줬다. 운이 좋았다"라며 겸손함으로 입을 열었다. 자연히 취재진의 관심은 노진혁에게 쏠렸다. 김 감독도 노진혁 이야기가 나오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은 "오늘 운이 참 좋다. 솔직히 말해 수비를 겨냥한 투입이었다. 타석에서는 안타 하나만 쳐줘도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기대보다 좋은 활약을 해줬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정규시즌 선수단 운용을 살펴보면 이 시점에서 김 감독의 선택은 지석훈일 공산이 컸다. 하지만 노진혁을 내세웠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내년 시즌, 팬들은 노진혁을 자주 보게 될 것이다"라는 말로 설명했다. "굉장한 잠재력이 있는 선수다. 어떤 포지션이든 1군에서 뛸 것이다. 입대 전 타격 성적이 미흡했지만 군 복무와 결혼 이후 좋아졌다". 김경문 감독의 이야기다.
김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노진혁의 야구인생에서 군 복무는 커다란 터닝 포인트였다. 노진혁은 2015시즌 종료 후 상무 야구단에 입단했다. '예비역'이 된 건 지난달. 김 감독은 노진혁의 잠재력을 인정하며 과감히 엔트리에 그를 등록했다.
데일리MVP에 선정된 노진혁은 의외로 침착한 표정이었다. 그는 "얼떨떨하지만 기분 좋다"라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솔직히 수비 보강 차원에서 투입된 거로 생각했다. 타석에서는 대타 투입을 생각했는데 기회를 주셨다. 마음을 비우니까 정말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라며 겸손했다.
김경문 감독이 말한 상무에서의 변화. 노진혁은 '멘탈'을 꼽았다. 그는 "성적이 부진할 때면 늘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과연 내가 팀에서 어떤 역할, 어떤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어울릴 수는 있을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라며 회상했다. 이어 그는 "안 좋았을 때 심리 상태를 공책에 메모했다. 그걸 살펴보며 슬럼프 탈출을 시도했다. 성과가 있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일종의 오답노트였던 셈. 그것이 노진혁의 이듬해를 보장했다.
김경문 감독은 세대교체의 장인이다. 두산 사령탑을 잡았을 때부터 선수 보는 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런 김 감독이 '콕 집은' 이가 바로 노진혁이다. 2018 NC의 열쇠는 어쩌면 그가 쥐고 있을 지도 모른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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