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승리한 NC,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불펜 소모가 큰 탓이다.
NC는 지난 1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치러진 2017 타이어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롯데를 13-6으로 꺾었다. 홈런 5방 포함 13안타를 터뜨리며 롯데 마운드를 무너뜨린 NC는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남은 2경기 모두 이겨야 하는 롯데보단 심리적 부담도 덜하다.
그러나 NC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차전에서 출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발투수 제프 맨쉽을 퀵후크하며 5회부터 불펜을 가동한 결과 핵심 구원투수들을 적잖게 소모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5-2로 리드한 5회초 시작과 함께 좌완 구창모를 마운드에 올렸다. 선발 맨쉽은 4이닝 3피안타 3볼넷 1사구 5탈삼진 2실점(무자책)으로 역투했지만 투구수 83개에서 교체됐다. 제구가 흔들리며 믿음을 주지 못했고, 김경문 감독은 선발승 요건에 관계 없이 과감한 퀵후크 교체를 결정했다.
구창모는 첫 타자 김문호를 6구 승부 끝에 2루 땅볼을 잡아냈고, 손아섭을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 뺏어나며 가볍게 투아웃 처리했다. 최고 148km 강속구에 120km대 느린 커브의 조합이 좋았다. 투구수도 10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NC는 여기서 또 투수를 바꿨다. 우타자 이대호 타석에 우완 김진성이었다.
이때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진성은 이대호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은 뒤 박헌도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NC는 다시 이민호로 투수를 바꿨지만 아슬아슬했다. 강민호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맞은 이민호는 앤디 번즈에게 밀어내기 사구, 최준석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5-4로 쫓겼다. 동점은 허락하지 않았지만 잘 던지던 구창모를 짧게 끊고 가다 흐름을 내줄뻔했다.
이민호가 6회까지 1⅓이닝을 책임졌지만, 투구수가 36개로 적지 않았다. 결국 7회 필승 셋업맨 원종현이 올라와다. 12-4로 8점이나 앞서 있었지만 3이닝이 추가로 남은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원종현은 8회 1사까지 1⅓이닝을 17구로 막았다. 8회에는 임정호가 아웃카운트 없이 2실점했고, 이재학이 타구에 맞아 종아리 타박상으로 강판된 악재가 겹쳤다.
대안이 없던 NC는 마무리 임창민을 8회에 투입했다. 12-6으로 6점차를 앞서있는 상황에서 임창민은 9회 마지막까지 던졌다. 1⅔이닝 19구. 정수민을 제외한 불펜투수 전원이 총동원됐고, 그 중 필승조 원종현·이민호·임창민의 소모가 컸다. 김진성은 1차전에 이어 거듭된 부진으로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됐다.
NC는 4차전 선발투수로 최금강을 예고했다. 롯데전에 괜찮은 투구를 했지만, 시즌 후반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결국 또 불펜야구를 해야 한다. 3차전처럼 방망이가 터져준다면 쉽게 갈 수 있겠지만 오늘과 내일 다른 게 타격. 롯데가 3차전 완패로 불펜을 아낀 반면 NC는 3차전 불펜 소모 핸디캡을 안고 싸워야 한다.
NC 김경문 감독은 3차전을 마친 뒤 "이런 스코어에선 투수들을 안 쓰고 경기를 끝내고 싶었지만 5~6점차는 안심할 수 없다. 오늘 경기는 확실히 잡고 내일을 준비하자는 생각이었다"며 "4차전에 중간투수들을 많이 쓴다면 3차전보다 많이 던질 것이다"고 밝혔다. 10일 하루 휴식을 가진 만큼 전원이 연투 가능한 상태, 다만 4차전을 잡지 못하면 5차전에 대한 부담이 훨씬 커진다. NC가 불펜 소모 난제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원종현(위)-김태군과 임창민(아래) /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