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BIFF③] "무려 300편"…뭘 볼지 고민하는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12 06: 37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오늘(12일) 개막해 21일까지 10일간의 여정을 이어간다. 올해는 75개국 300여편의 초청작과 월드 프리미어 99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1편 등이 소개된다.
모든 영화제의 개막작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작품인 동시에 영화제가 가장 정성스럽게 고른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올해의 BIFF는 한국영화 ‘유리 정원’(감독 신수원)을 앞세워 포문을 연다.
‘유리정원’은 한 여인의 사랑과 아픔을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풀어낸 영화이다. 동물적 욕망과 질서로 가득 찬 세상에서 식물로 살아야 하는 여자의 가슴 아픈 복수극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문근영이 식물을 닮은 여자 재연을 연기해 기대감이 높다.

300여편이라는 방대한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과감히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마더!’를 추천한다. 대작 ‘블랙 스완’(2010)을 만든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마더!’는 집착, 헌신, 희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창의적이고 독특한 심리 스릴러물이다. 배우 제니퍼 로렌스, 하비에르 바르뎀, 미셸 파이퍼, 에드 해리스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해 올해 가장 화제몰이를 할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더!’와 함께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받은 ‘맨헌트’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를 리메이크한 오우삼 감독의 ‘맨헌트’는 존경받는 변호사에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전락한 두추와 그를 추적하는 베테랑 형사 야무라의 이야기를 그린다.
음모에 빠졌음을 직감한 두추는 진실을 찾아 도주하고 그를 좇던 야무라는 사건의 이면에 또 다른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두 남자의 운명은 교차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배우 하지원이 출연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74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섬뜩한 제목과는 달리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청춘 드라마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감독 츠키카와 쇼)도 있다. 고등학생들의 사랑과 인연을 그리는 로맨스영화인데, 일본 로맨스 영화 특유의 벚꽃처럼 화사한 분위기에 감미로운 음악과 달콤한 컬러가 스크린을 채운다. 성인이 된 주인공이 12년 전 추억을 되돌아보는 스토리는 마치 ‘러브레터’의 구조를 떠올리게 하고 천진한 고등학생들이 삶과 죽음을 둘러싼 우연한 사건 때문에 고통 받는 이야기는 ‘너의 이름은.’을 연상시킨다.
또 한국영화의 오늘 섹션에서는 올해 개봉한 ‘군함도’(감독 류승완)의 감독판, 홍상수 감독의 ‘그 후’, 이제훈·최희서 주연의 ‘박열’, 지난해 개봉했던 ‘여교사’, ‘미씽’ 등과 개봉을 앞둔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 방은진 감독의 ‘메소드’ 등 총 27편이 상영된다.
신인감독 경쟁 부분인 뉴 커런츠에 오른 영화들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하루 동안 두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그린 ‘물속에서 숨 쉬는 법’(감독 고현석), 범죄 가해자를 응징하는 '죄 많은 소녀'(감독 김의석),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 ‘살아남은 아이’(감독 신동석)가 한국 작품이다. 인도작 ‘할머니’(감독 데바쉬시 마키자), 이란작 ‘폐색’(감독 모흐센 가라에이)도 출품됐다.
세계 영화 부문에서는 모녀의 끈끈한 유대와 사랑을 다룬 동화적 감성의 프랑스 영화 '엄마와 올빼미',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 등장해 유명해진 노래가 영화의 제목이 된 '오늘 밤 사자는 잠든다', 스위스 영화 '골리앗', 인간이 작아진 세상에서 돈의 위력을 풍자한 미국영화 ‘다운사이징’ 등이 있다.
폐막작 ‘상애상친’(감독 실비아 창)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관통하며 다양한 결과와 섬세한 정서를 탁월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1980~1990년대 산업화를 경험한 후이잉이 부모와 화해하지 못하고, 자식 세대와도 교감하지 못하는 모습은 유사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인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BIFF의 시작인 오늘(12일)부터 부산 영화의 전당,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소향씨어터 센텀시티 등 5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각 영화 스틸이미지·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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