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윤계상 떴다, '범죄도시'로 꽃핀 13년 연기 '공든 탑'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10.12 08: 59

배우라는 이름 앞에 ‘흥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까지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첫 스크린 데뷔작인 ‘발레교습소’(2004)부터 13년, 윤계상은 무던히도 달렸다. ‘비스티 보이즈’(2008), ‘집행자’(2009), ‘풍산개’(2011), ‘소수의견’(2015), ‘죽여주는 여자’(2016)까지, 윤계상은 선뜻 선택하기 어려웠을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외연을 확장시켜 나갔다.
드라마에서는 타율이 좋았던 윤계상이다. ‘형수님은 열아홉’(2004), ‘최고의 사랑’(2011),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2012) 등에서 인기와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영화의 연이은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졌던 윤계상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 역시 드라마 ‘굿와이프’(2016)의 성공이었다.
그러나 영화에서만큼은 유독 흥행과 거리가 멀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도전에 임했지만, 불운은 꼬리표처럼 지독하게 윤계상을 따라다녔다. 100만은커녕, 50만도 넘지 못하는 뼈아픈 흥행 참패가 이어졌다. 흥행에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윤계상은 작정한 것처럼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청담동 넘버원 호스트(비스트 보이즈), 에로영화 감독(레드카펫),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100원짜리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국선변호사(소수의견), 성(性)을 파는 할머니와 가족이 되고 트렌스젠더를 사랑하게 되는 장애인 청년(죽여주는 여자) 등, 윤계상의 도전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윤계상은 ‘대중이 원했던 윤계상’보다는 ‘윤계상이 원했던 윤계상’에 집중했던 당시에 대해 “빨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에 대중의 기대와 시선에 등을 돌렸던 시절이 있었다. 무겁고 진중한 작품만 고집했다”며 “내가 고집이 정말 세다. 주변 사람들이 ‘눈앞에 놓인 게 불인지 알면서도 뛰어든다’고 내가 불나방 같다는 얘기도 많이 하는데, 예전에는 더 심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윤계상의 뚝심 있는 고집은 마침내 ‘범죄도시’를 통해 13년 만에 활짝 꽃을 피웠다. 그것도 생애 첫 악역이라는 어려운 도전에서 얻어낸 의미있는 결과였다. 윤계상이 그간의 이미지를 벗고 ‘절대 악역’에 도전한 ‘범죄도시’는 가을 극장가 최고 대작으로 꼽혔던 ‘남한산성’마저 꺾으며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깔끔한 꽃미남 외모 덕분에 '댄디남'의 이미지가 강했던 윤계상은 체중을 증량하고 장발로 헤어스타일까지 바꿨고,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자신만의 연변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윤계상의 제안과 노력을 통해 완성된 '범죄도시' 속 장첸은 올해 스크린의 최고 악역이라고 할 정도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댄스 실력으로 다져진 파괴력 있는 액션,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무감정 연기는 '범죄도시' 속 윤계상을 흔한 범죄 액션물 속 악역과는 결이 다른 캐릭터로 완성했다. 13년의 공든탑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장첸의 탄생. 윤계상은 '범죄도시' 그리고 장첸을 통해 13년 간 걸어온 묵묵히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mari@osen.co.kr
[사진] OSEN DB, 키위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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