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기승전민호' 조원우 믿음, 강민호 응답 이어질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11 11: 00

"그래도 롯데의 강민호 아닙니까".
강민호에게 2017년 10월 8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일 것이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열린 롯데와 NC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강민호는 5번타자 겸 포수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5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전혀 기대에 못 미쳤다. 강민호 앞에 놓였던 주자만 여섯 명이었다. 강민호가 경기 초중반 이 중 한두 명만 불러들였어도 흐름은 다른 쪽으로 전개됐을 터.
진짜 문제는 수비였다. 강민호는 이날 네 개의 도루를 NC 주자들에게 허용했다. 물론 투구 동작이 큰 조쉬 린드블럼이 선발투수로 나섰기에 이를 강민호만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연장 11회 나왔다. 롯데가 2-3으로 뒤진 11회 2사 만루 나성범 타석, 풀카운트 승부에서 장시환의 6구가 빠졌다. 이를 어떻게든 스트라이크존으로 끌어들이려던 강민호의 의도와 달리 공은 그의 미트를 스치며 옆으로 흘렀다. 포수 패스트볼. 3루주자 권희동은 물론 2루에 있던 노진혁까지 홈을 밟았다. 석 점 차.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완패는 여파가 클 것만 같았다. 이튿날인 9일 2차전을 앞둔 조원우 롯데 감독에게 쏟아진 질문도 강민호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조 감독은 강민호의 타순을 5번에서 7번으로 하향 조정하며 타석에서의 그를 배려했다. 하지만 수비에서만큼은 신뢰가 여전했다. 조 감독은 '강민호에게 특별히 메시지를 전달한 게 있나'는 질문에 "아무리 그래도 '롯데의 강민호'다. 너무 그러지 말아달라"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강민호의 넉살도 여전했다. 조 감독은 경기 전 강민호를 만나 '잘 잤나'라고 짧은 질문을 건냈다. 강민호도 "예. 잘 잤습니다"라고 답했다. 조 감독이나 강민호 모두 속이 쓰리겠지만 전날의 기억을 지우고 2차전에 올인했다. 이 한마디로 조원우 감독의 믿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그리고 강민호는 기대에 완전히 부응했다. 이날 NC는 7안타 3볼넷으로 꾸준히 살아나갔다. 그러나 홈을 밟은 주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강민호는 브룩스 레일리의 볼 배합을 이닝마다 바꿔대며 NC 타선을 현혹했다. 롯데 투수진은 탈삼진 5개만을 합작했지만 승부처에서 땅볼 유도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사실 2차전에서 보인 모습이 '리그 최정상 포수' 강민호의 진짜 가치였다. 일부 폄하 여론과 달리 대다수의 야구인들은 "피치 프레이밍이나 투수 리드는 아직까지 강민호가 국내 최고다"라고 입을 모은다. 강민호 역시 수비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 선수다.
아울러 타격도 살아났다. 강민호는 2차전, 팀이 1-0으로 앞선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선상 안타를 때려냈다. 포스트시즌 4경기, 17타석만의 안타였다. 강민호의 포스트시즌 마지막 안타는 2012년 10월 19일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다. 단 하나의 안타였지만 이날 롯데 타선이 때린 3안타 중 하나였기에 의미가 있다.
경기 후 조원우 감독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기-승-전-강민호'였다. 모든 질문의 답이 강민호를 향한 칭찬으로 이어진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조 감독은 "필승조의 호투에는 강민호의 리드가 있었다. '포수' 강민호가 있어 가능한 승리였다"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1안타에 대해서도 "좋은 안타였다. 어차피 포스트시즌에는 좋은 투수들만 나온다. 한 명이 3~4안타를 치는 건 어렵다. 감독으로서 항상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감독의 두터운 믿음. 그 이유를 증명한 2차전의 강민호였다. 이제 그 모습을 3차전에서도 유감없이 과시할 차례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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