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타수 1안타. 이번 준플레이오프 양 팀 주전 중견수의 합산 타격 성적이다. 타격에서는 좀처럼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수비는 나란히 발군이다. 과연 이 평행이론을 어느 쪽이 먼저 깰까.
정규시즌 3위 롯데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 NC의 준플레이오프 맞대결. 사상 첫 '포스트시즌 부마더비'의 성사로 관심이 쏠렸다.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었지만 양팀 중견수의 맞대결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나란히 일발장타를 지닌 호타준족 우타자. 거기에 수비 능력도 괜찮았다. 이들 모두 상위 타선에서 팀 공격을 이끌어야 했다.
전준우는 1~2차전 모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했다. 정규시즌과 다름없는 선택. 김성욱은 1차전 2번타자 겸 중견수로 나섰다. 롯데 선발투수 조쉬 린드블럼 상대로 타율 3할7푼5리, 3홈런, 6타점으로 강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둘 모두 침묵했다. 전준우는 5타수 무안타, 김성욱은 3타수 무안타로 출루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양 팀은 결국 빈타 속에 연장 11회까지 승부를 이어갔다. NC는 11회 대거 7득점으로 9-2 완승을 거뒀다.
2차전에서도 마찬가지. 양 팀 감독은 모두 믿음을 드러냈다. 조원우 감독은 "감독은 선수를 믿는다"라며 전준우를 1번-중견수로 내세웠다. 김경문 감독 역시 "사직구장은 펜스가 높고 경기장이 좁다. 펜스플레이를 위해서라도 수비가 좋은 김성욱을 내보낸다"라고 그를 감쌌다.
타석에서는 아쉬웠다. 전준우가 빗맞은 행운의 내야안타로 4타수 1안타, 체면을 살렸다. 그러나 김성욱은 여전히 2타수 무안타. 결국 6회 대타 이호준과 교체됐다.
수비에서는 모두 제몫을 했다. 2차전 롯데가 1-0으로 앞선 4회 1사 1·2루, 신본기의 날카로운 직선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향했다. 김성욱은 서둘러 앞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러나 타구가 예상보다 뻗었다. 김성욱은 황급히 뒷걸음질치며 껑충 뛰어 타구를 잡았다. 외야수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머리 뒤로 넘어가는 타구' 수비를 깔끔히 해낸 것.
전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5회 1사 1루, 모창민의 타구가 담장 바로 앞까지 향했다. 펜스플레이를 할 것 같이 보였던 전준우는 힘겹게 타구를 잡아냈고 이미 2루를 거쳐 3루를 향하려던 1루주자 김태군마저 잡아냈다. 이닝 종료. 롯데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껑충 뛰며 전준우에게 화답했다.
나란히 공격에서는 침묵하는 반면 수비에서는 펄펄 날고 있다. 이 기묘한 평팽이론이 어느 쪽에서 먼저 깨질까. 둘 중 한 명의 타격이 터지거나, 수비가 무너지면 양 팀의 희비는 완전히 엇갈릴 전망이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