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롯데 자이언츠는 방패의 팀으로 변모했다. 그리고 이 방패를 강화시키려는 방안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조원우 감독이다. 그 과정에서 순리와 변칙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
롯데는 NC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 선발 조쉬 린드블럼(6이닝 2실점), 브룩스 레일리(5⅓이닝 무실점) 등 선발진에 이어 박진형, 조정훈, 손승락의 필승조는 2경기 동안 모두 무실점의 기록을 남겼다. 비록 1차전 11회초 박시영-이명우-장시환 등 3명의 투수들이 대거 7점을 헌납하는 등 필승조 외의 투수진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실책과 포수 포일 등의 변수들이 롯데 투수진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결국 선발진과 필승조들의 완벽함은 확인했지만, 도리어 그 외의 투수들과의 간극도 체감한 경기이기도 했다. 배장호, 장시환, 박시영, 김유영, 이명우 등의 자원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던 정규시즌이었지만, 내일이 없는 단기전에서는 확실하지 않은 카드를 섣불리 들이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들이 많다.
일단 1,2차전에서 필승조들이 다소 많은 공을 던졌다. 3명의 선수 모두 연투를 펼쳤고, 박진형 42개, 조정훈 45개, 손승락 49개의 공을 던졌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4차전까지 시리즈가 이어진다고 할 경우 필승조들의 체력 저하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3차전 선발 투수인 송승준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준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일단 배장호, 김유영 등이 중간에서 급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조원우 감독과 롯데 벤치의 정규시즌 투수 운영은 순리라는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단기전이기에 선발 투수 1명을 동시에 투입시키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 정규시즌 5선발 역할을 했던 김원중이 유력한 후보다. 그러나 김원중도 승부처 상황에서, 그것도 불펜 투수로 쓰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조원우 감독은 김원중을 롱릴리프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 했지만,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는 못하는 눈치다. 조 감독은 “김원중은 일단 리스크가 큰 선수다. 위험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불펜 경험도 한동안 없었다”는 말로 김원중 활용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여기에 4차전 선발 투수에 대한 고민도 있다. 조원우 감독은 “일단 박세웅이 4차전 선발 투수로 나갈 것이다”는 기본적인 구상은 해놓은 상태. 그러나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던 박세웅이 포스트시즌에서도 그 모습을 이어간다면, 롯데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당초 조원우 감독은 린드블럼의 4차전 선발 투입 계획도 고려했다. 그러나 조 감독의 성향처럼, 일단 순리를 지키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그래도 선발 투수가 3일 휴식 후 경기에 나서는 것이 쉽지는 않다. 1차전 린드블럼이 공도 많이 던졌다(106개)”고 말했다. 일단 시리즈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린드블럼은 5차전 선발 투수다.
하지만 린드블럼을 불펜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벼랑 끝 상황이 전제조건이다. 조원우 감독은 “만약 우리가 벼랑 끝에 몰린 상태라면 선발 투수가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오는 상황이라면, 불펜 투수를 내는 것이 나은 지 선발 투수가 나오는 것이 나은 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선발과 필승조 사이에 2~3이닝 정도 막아줄 투수가 필요하다면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린드블럼을 불펜 투수로 활용하는 것도 배제하지는 않은 것. 변칙의 수라고 하기에는 현재 단기전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또한 브룩스 레일리가 2차전 당한 발목 쪽 출혈 상처가 준플레이오프 기간 내에 나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원우 감독은 레일리의 준플레이오프 등판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투수 운영을 변칙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올 수밖에 없다.
일단 조원우 감독의 기본 방침은 순리를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전이기에 어떤 변수들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투수 운영 방침에 대해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 어렵고 조심스럽다”며 여전히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순리와 변칙 사이에서 롯데는 투수진 강화의 방법으로 어떤 방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